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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도와줄래?” 몸 쓸 일 부탁해 보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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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도와줄래?” 몸 쓸 일 부탁해 보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력 2019-09-10 03:00수정 2019-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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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만사 귀찮아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요즘 아이들은 “귀찮아”를 달고 산다. 재미있어 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떤 에너지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첫 번째는 어렵고 복잡한 과제들이 점점 낮은 연령대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등학생이 배우던 내용을 지금은 중학생이 배우고, 중학생이 배우던 내용을 초등생이 배운다. 연령에 따른 뇌 발달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과제는 너무 앞당겨졌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과거에는 공부만 잘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외국어와 동아리 활동도 해야 하고 각종 경시대회는 물론이고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 몸과 마음이 과부하 걸려 아예 포기해 버리고 싶어진 것도 있다. 세 번째로 아이들이 몸을 너무 안 움직인다는 것. 운동은커녕 10분 이상 걸을 일이 없다. 종일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뇌가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 뇌가 깨어나질 않으니 정신적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귀찮음이 심하면 내적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적 동기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니까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하자’ 혹은 ‘지금은 좀 힘들어도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지’ 같은 생각이다. 스스로 당근과 채찍을 줘가며 무언가를 해내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귀찮음에 빠진 아이들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은 일단 다 미루고 본다. 이런 아이에게 부모는 ‘게으르다’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너는 대체 왜 이 모양이니?” “어떻게 먹고살래?”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이러면 가뜩이나 없는 동기나 열정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잔소리가 귀찮음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만사 귀찮아하는 것을 줄이려면 부모가 먼저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단, 화내지 말고 짧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을 치우라고 해도 아이가 계속 미루고 있다면 “네가 불편하지 않다고 해서 치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야. 네 논리대로라면 우리 집에 청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집은 가족이 다 같이 사는 공간이잖아. 그러니까 우리 모두 함께 청소를 해야지. 같이 치우자”라고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준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면 그래도 조금은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숙제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모르는 사람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줘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라며 반항적으로 물어도 윽박지르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귀찮아하는 것이 심한 아이들은 한번 쉬고 나면 다음 행동을 하는 게 무척 어렵다. 차라리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스케줄을 쭉 이어 주는 게 낫다. 그리고 모든 스케줄이 끝나면 정말 푹 쉴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아이들은 늘어질 수 있는 만큼 늘어지는 게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스케줄을 무리하게 꾸리지 않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의 귀찮음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불필요한 선행 학습 대신 부모와 함께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되도록 마련한다. 휴일에는 집 밖으로 나가 등산도 하고 볼링이나 탁구 같은 운동도 함께한다. 집에 같이 있을 때도 “○○야 와서 이것 좀 도와줘”라고 하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을 때, 요새 왜 그렇게 의욕이 없는지 넌지시 이야기도 꺼내 본다. 본인 상태에 수긍을 하면 “그럴 때는 도움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야. 엄마, 아빠가 어떻게 도와줄까? 넌 어떻게 해보고 싶어?” 하고 물어본다. 아이가 삐딱하게 “도움 필요 없어요”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거든. 귀찮음이 점점 심해지면 나중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지도 몰라. 엄마 아빠 도움이 필요 없다면 전문가를 만나 보는 게 어떨까?”라고 설득해 적극적인 도움을 받도록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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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음#내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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