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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신년사부터 실현 가능한 계획 담아야[광화문에서/이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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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신년사부터 실현 가능한 계획 담아야[광화문에서/이유종]

이유종 사회부 차장 입력 2020-01-03 03:00수정 2020-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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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종 사회부 차장
올해도 어김없이 243명의 전국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신년사를 내놓았다.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거론하며 지난해 성과 홍보, 올해 사업 소개 등을 담았다. 지자체장들은 어려운 사자성어까지 거론하며 미래 비전에 대한 의욕을 다졌다. 지자체장의 신년사를 읽으면 한 해 지방행정의 방향을 전망할 수 있다.

일부 지자체장은 현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읽고 있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고 했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저출산 고령화와 국제 무역분쟁 등 모든 여건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글로벌 경제의 한파는 여전히 매섭고 성장동력의 새싹은 아직 여리고 약하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초단체장들은 더 절박했다. 김병수 경북 울릉군수는 “계속되는 오징어 조업의 불황은 어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했다. 이현종 강원 철원군수는 “가뭄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도전의 한 해였다”고 회상했고, 이항진 경기 여주시장도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계획 등과 관련해선 의아하게 생각할 만한 점도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공유기금’을 제시하며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통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토지나 건물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박 시장의 의중이 무엇인지는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다만 기금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결국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재원으로 거론되는 종합부동산세와 개발부담금은 모두 중앙정부와 국회 등의 협조를 받아야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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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꼬인 남북 관계의 실타래를 풀겠다고 나섰다. 이 지사는 “개성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사실 개성관광 재개는 경기도가 단독으로 추진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재 남북 관계에선 개성관광 재개 추진이 공언(空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투자 유치의 실효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경제의 심장인 산업단지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매년 100만 평 이상의 산업단지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단언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하지만 매년 100만 평(약 330만 m²)씩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뒤따른다.

올해는 경제 상황 등이 쉽지 않은 한 해라는 전망이 많다. 적게는 수천억 원부터 많게는 40조 원의 예산을 다루는 지자체장들의 어깨가 더 무겁고 책임이 막중하다. 이들의 계획에 따라서 지방경제에 온기가 사라지거나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신년사에는 덕담을 주고받는 ‘말잔치’가 아니라 주민의 피부에 닿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빼곡하게 담겼으면 한다. 절박한 만큼 중앙정부가 아니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거론했으면 싶다. 자화자찬 식의 성과 자랑도 이젠 그만하는 게 좋겠다. 지자체장의 새해 일성은 각오와 철학 등이 담겨 파급 효과가 크다.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신년사#정치#지자체장#기초단체장#주요사업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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