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플라스틱 천국’에 부는 친환경 소비 참여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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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신수정 산업2부 차장
150년 전에는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지금은? 수많은 고래와 거북이, 갈매기 등을 죽이는 지구환경 파괴 주범이 됐다. 바로 플라스틱 이야기다.

매년 1300만 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닷속에 던져지면서 태평양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겼다. 무심코 쓰다 버린 플라스틱은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지구촌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다.

2016년 기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98.2kg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플라스틱 천국’ 한국에서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플라스틱과 폐비닐 등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이를 줄이려는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플라스틱과 폐비닐을 많이 사용해왔던 유통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개인 컵 할인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일회용 컵이 아닌 개인 다회용 컵을 사용한 고객이 300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1년간 할인 건수였던 380만 건에 근접한 수치다. 올해 3월 35만 건이었던 다회용 컵 할인 건수는 5월 45만 건, 7월 70만 건으로 매달 뚜렷하게 늘고 있다.

플라스틱 컵과 빨대 같은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해온 곳들부터 친환경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인 엔제리너스커피는 플라스틱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음료 뚜껑인 ‘드링킹 리드’를 도입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친환경 원료로 제작한 도시락 용기와 나무 숟가락을 선보였다.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들도 잇달아 일회용 비닐봉투를 없애고 종이 쇼핑백 사용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패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소재로 된 옷을 사 입으면서 환경 보호에 기여했다는 생각을 갖는다. 친환경 소비가 ‘착한 소비’, ‘개념 소비’로 여겨지면서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제조유통일괄형(SPA·일명 패스트패션) 브랜드까지 친환경 소재와 공정 기법을 적용해 옷을 생산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지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부터 유럽 내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기류, 빨대, 커피 스틱 등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만 연간 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중산층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4개국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중국 소비자의 98.5%가 환경상품에 관심을 보였고 82%는 실제 환경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무역협회는 “중국인의 소득 증가에 따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하면서 특히 중산층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국내의 친환경 소비 트렌드 확산에는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장려하는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이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는 개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편리함을 기꺼이 포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와 후손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친환경 소비는 박수 받을 만하다. ‘나 하나쯤은’이 아닌 ‘나부터’라는 인식이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플라스틱 빨대#일회용 컵#탈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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