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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광]100주년 3·1운동의 새로운 성찰, 인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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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조광]100주년 3·1운동의 새로운 성찰, 인문정신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입력 2019-04-13 03:00수정 2019-04-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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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 국사편찬위원장
우리 민족은 100년 전 식민지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일대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의 결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조직됐다. 조선왕조 시대 우리는 전제왕정 아래 놓여 있었고, 이를 극복하지 못했기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3·1운동은 전제주의와 식민주의라는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래서 3·1운동을 근대적 시민혁명으로 규정하게 된다.

1919년 조선은 혁명의 물결로 넘쳐났다. 그해 2월 1일 중국 동북지방 길림에서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 2월 8일 일본의 도쿄에서 진행됐던 2·8독립선언 및 3월 1일 서울과 평양 등에서 봉기한 만세시위는 5월 중순까지 전국 각지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운동을 계기로 식민지 피압박민 조선인이 근대적 민족으로 탄생했다. 우리 역사는 진정한 의미의 근대사의 단계로 전환했다.

운동이 전개되던 과정에서 발표된 독립선언서나 성명서 등의 수는 어림잡아 200여 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0여 종의 선언문의 실체를 현재 확인할 수 있다. 선언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당시의 저항운동은 단순히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 대한 거부만을 뜻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운동을 통해 민족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다. 즉, 그들은 민족의 존재와 현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기초로 이 운동을 전개했다.

3·1운동 당시 우리 민족 앞에는 전근대적 봉건성 극복과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두 과제가 놓여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이념이 곧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였다. 그리고 이를 좀 더 구체화시켜 자유와 평등 및 정의와 평화가 구현된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고 있었다. 이 이념들은 조선인들이 당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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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발표된 거의 모든 선언문은 자신의 존재와 현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었다. 우선, 그들은 나라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천부적 인권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성과 찬란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전제로 현실을 비판했다. 또한 그 선언문들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정의 구현에 대한 강력한 갈망을 담고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문화 발전에 대한 강력한 요청을 제기했다. 여기서 우리는 3·1운동의 정신에서 인문학의 본질과 과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인간이 지닌 독립적인 가치를 말살하는 불의에 저항했다. 자신들이 겪게 될 불이익을 당연시했으며 목숨을 걸기까지 했다. 진화론이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자기생명 유지와 종족 보존이라는 본능을 거스르며 목숨을 바쳐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를 수호하려고 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이 인간인 한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이해는 ‘다른 사람의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 곧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는 정리로 이어지는 가운데, 인문학을 사회정의 실현과 연결해 주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사고에 관한 탐구’다. 그러므로 인문학은 ‘인간다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인간다움은 인간 외 생물종들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징만을 지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참가치와 가능성을 실현하는 지평까지도 함축해야 한다. 인문학은 인간을 개별적 주체가 되게 하는 데 실천적으로 작용한다는 전제 위에서 전개되는 학문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문정신은 일제가 자행하고 있던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에 대한 탄압을 비판하게 했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 땅에서 인간다움을 말살하려는 일제의 통치에 저항했고, 자유와 평등 그리고 새로운 문화의 건설을 위해 일어섰다. 이 새로운 문화는 인간에게 인간다움을 더욱 키워주게 되리라 생각했다. 3·1운동 같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은 인문학의 궁극적인 지향점과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 지평에서 탐구돼야 한다.

당시 발표된 각종 선언문들은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인문학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문학이 구체적인 사건을 떠나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영역에만 머물고 그 실천성을 상실해간다면 진정한 학문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인문학은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견지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인문학은 자연과학, 기술과학, 사회과학 및 예술 등과 어울려 그 참가치를 보다 온전히 빛낼 수 있다. 이를 위해 3·1운동의 각종 선언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100주년#3·1운동#조광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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