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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김 사장의 ‘코로나 분투기’[오늘과 내일/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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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김 사장의 ‘코로나 분투기’[오늘과 내일/박용]

박용 뉴욕 특파원 입력 2020-03-21 03:00수정 2020-03-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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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상의 쇼크, 멈춰선 뉴욕
한인 자영업자들, 일터 지키기 고군분투
박용 뉴욕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4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일상은 사실상 멈췄다. 식당 술집 폐쇄 명령이 내려진 16일(현지 시간) 오후 8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맨해튼 도심에 인적이 끊기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18일 일반 가게나 기업들도 직원들을 절반만 출근하게 했고 19일에는 아예 “25%만 출근시킬 것”을 지시했다.

출퇴근길 붐비는 ‘지옥철’로 악명이 높았던 뉴욕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이용객이 60% 줄자 40억 달러의 연방 구제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행인의 따뜻한 인심에 기대 겨울을 나던 노숙인들도 거리를 배회하며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다. 한 교민은 “9·11테러 때보다 더 혹독한 경기 침체가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일상의 시간이 멈춘 듯한 뉴욕 도심의 한인 ‘사장님들’은 일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한식당들은 영업 제한 조치 중에 허용된 배달과 포장 음식을 이용해 ‘서바이벌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한식집 ‘큰집’과 ‘원조’는 공동 배달을 시도하고 있다. ‘삼원가든’은 고기와 상추 등 식재료를 밀폐 용기에 담고 만든 사람 이름과 체온을 적어 손세정제와 함께 배달해주는 ‘돌봄 패키지(Care package)’도 개발했다.



뉴욕의 한국계 여행사 타미스의 김완교 사장(42)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70% 줄었다. 이번 달엔 매출이 ‘마이너스(―)’가 됐다. 신규 예약은 거의 없고 취소나 환불 요구가 많다 보니 들어오는 돈보다 나간 게 더 많다. 30대 후반 독립해 일군 사업과 스무 명 남짓한 직원들의 생계가 절벽 끝에 선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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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19일 일터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준비해둔 ‘1단계 비상 계획’을 가동했다. 먼저 인턴직원들은 사정이 다시 나아지면 하루 더 일을 하는 조건으로 유급휴가를 보냈다. 팀장급 직원들은 출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플랜B가 아니라 플랜Z까지는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텅 빈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 이후 신사업을 짜는 일이다. 특히 한국, 일본 및 아시아 시장 중심에서 다른 지역 관광객으로 시장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만회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준비한 1단계 비상 계획은 5월까지다. 그는 무엇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1조3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하루빨리 의회를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기업과 직원들이 절반씩 부담하는 급여세(근로소득세)라도 일시 면제해주면 좋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한 달 2만 달러 가까운 급여세를 꼬박꼬박 내라는 건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뜻”이라고 호소했다.

김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바이러스’란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고도 했다. 생계가 막힌 시민들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특정 인종으로 향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다양한 위기를 겪으며 여러 번 바닥을 찍어봤지만 이렇게 고객이 뚝 끊긴 건 처음이다. 그는 “모든 위기는 처음 적응할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듯하다. ‘봄’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틸 생각”이라고 했다. 200만 한인 이민사회의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코로나19#코로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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