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박훈상]‘내 탓’은 없이… 내부 쓴소리 막은 강신명 경찰청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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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사회부
박훈상·사회부
“(많은 얘기를 하셨는데) 청장님이 (자신을) 주어로 ‘내가 바뀌겠다, 내가 바꾸겠다’란 말씀은 없었습니다.”(기자)

“저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해주시리라 믿습니다.”(강신명 경찰청장)

4일 경찰청 기자간담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 이 같은 사실을 일선 경찰서부터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청까지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15만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열린 첫 간담회였기 때문이다.

강 청장은 ‘엄중한 조치’를 강조했다. “최근 경찰 기강 해이 사례와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적출해 뼈를 깎는 각오로 엄중 조치하는 게 이런 사안을 예방, 관리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의 귀에는 싱거운 소리로 들렸다.

강 청장의 ‘엄중한 조치’는 늘 있었다. 지난달 29일 부산 SPO의 의원면직 처분 취소 및 퇴직금 환수조치를 밝힐 때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해 8월 경찰 간부가 총기 사고를 내 의경을 숨지게 했을 때도, 지난해 10월 경찰 간부가 여경을 성폭행했을 때도 ‘엄중하게’라고 했었다. 기자는 강 청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내 탓이오”라고 말해주기를 진정으로 바랐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라고 사과한 뒤 같은 말을 했다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4일 ‘현직 경찰관 100명이 말하는 경찰청장의 자격’을 보도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들은 “내부의 신임을 받는 청장이 필요하다. 청장이 존경받아야 조직의 추진력이 생긴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강 청장에겐 보통 수준인 평균 76.7점을 줬다.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경무관)은 본보 기사를 인용하며 “(강 청장은) 조직의 과제 해결보다는 자리보전 또는 퇴임 후 또 다른 자리 욕심에 매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런 황 경무관에 대해 강 청장은 “누구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전제”라면서도 “이야기나 표현이 조직의 복무규율을 저해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 청장은 이날 SPO 전문성 강화와 학교폭력 예방 집중, 독립적 특별조사단 감찰활동 등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이 작금의 위기를 수습하려면 특별조사단이 부산 SPO 사건 은폐 의혹을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또 현장에서 강 청장이 발표한 대책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엄중한 잣대를 ‘아래’부터 들이대고, 조직 내부의 쓴소리를 용인하지 않는 청장 아래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럽다. 강 청장은 기자의 질문에 ‘국민의 평가’를 듣겠다고 했다. 국민이 매기는 청장의 점수를 당장 확인해 봐야겠다.

박훈상·사회부 tigermask@donga.com
#강신명#스쿨폴리스#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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