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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환해진 ‘달빛동맹’[횡설수설/이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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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환해진 ‘달빛동맹’[횡설수설/이진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3-07 03:00수정 2020-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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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228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1960년 자유당 독재에 맞서 대구 고등학생들이 벌인 2·2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데, 518번이 있는 대구가 두 도시의 화합과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제안했다. 차 안팎에는 2·28민주화운동에 대한 설명도 붙어 있다. 228번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를, 518번은 2·28기념중앙공원 등을 지난다.

▷2009년부터 시작된 두 도시의 우정은 ‘달빛동맹’이라 불린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에서 땄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놓고 지자체 간 갈등이 심해지자 소모적인 경쟁 대신 어느 곳이 선정돼도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하기로 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광주∼대구 내륙철도사업, 광주시민의 숲(대구) 대구시민의 숲(광주) 조성 등 행정 분야를 넘어 문화 예술 민간까지 교류·협력이 확산됐다. 두 지역 통기타 뮤지션들의 모임인 ‘달빛통맹’도 있고, 양 지자체가 두 지역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달빛오작교’ 행사도 매년 열린다.

▷4일 광주 빛고을전남대병원에 대구의 경증 확진자들이 입원했다. 대구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광주가 병상을 제공한 것이다. 병원이 있는 덕남마을 주민들은 ‘광주와 대구는 달빛동맹을 맺은 형제입니다’란 플래카드를 걸었다. 광주시의사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대구에서 의료봉사 중이다. 대구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하기 전 광주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타나자 마스크 1만 장을 전달했다. 최근에는 광주가 마스크 2만 장을 대구에 지원했다.


▷달빛동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두 도시 간의 동맹에서 전라-경상 간의 유대로 확대되고 있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는 대구 확진자 2명을 치료 중이고, 전남도는 대구경북에 마스크와 위생용품, 사랑의 도시락을 지원했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 주민들은 특산물인 봄동(봄배추) 800kg을 대구 남구에 보냈는데 자가 격리 중 반찬 부족을 걱정해서라니 그 마음 씀이 훈훈하다. 남구 주민들은 2012년 군내면에서 태풍 피해 복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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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한국판으로 쓴다면 무대는 단연 대구와 광주가 아닐까 싶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대혁명과 우리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2·28, 5·18이란 시대 배경, 런던과 파리 못지않은 라이벌 의식 등 유사점이 많다. 디킨스는 당시를 “희망의 봄이지만 절망의 겨울이기도 했다”고 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희망만 한 것이 없지만 희망이란 길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없던 길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생긴다. 달빛이 그 길을 비추고 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달빛동맹#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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