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성대골에서도 “셰어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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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를 넘어 공간복지로]지역 밀착형 사회적 기업 ‘블랭크’
공유 주방-작업실-주택 조성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에 들어선 공유 작업실 ‘청춘캠프’. 일부 공간은 디자이너 등에게 저렴한 비용을 받고 빌려준다. 블랭크 제공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에 들어선 공유 작업실 ‘청춘캠프’. 일부 공간은 디자이너 등에게 저렴한 비용을 받고 빌려준다. 블랭크 제공
2012년 3월 당시 대학생이던 문승규 씨(33) 등 4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성대골 마을을 방문했다. 성대골 마을은 낡은 저층 주택이 많은 곳이다. 주민 2만5000여 명이 거주하지만 초등학교도 없다. 다만 주민들은 어린이도서관, 마을학교 등을 직접 만들 정도로 자치활동은 활발했다. 문 씨는 아예 성대골로 이사했다. 문 씨는 “당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조사하다 보니 애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블랭크’라는 지역 밀착형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2013년 4월 성대골에 33m² 크기의 단층 점포를 빌려 공유 주방 ‘청춘플랫폼’을 마련했다. 공유 주방을 만들기 전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주민들끼리 모여 밥을 해먹고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에는 사진작가, 그래픽디자이너 등을 위한 작업 공간인 ‘청춘캠프’를, 2017년에는 공유 주택 ‘청춘파크’를 선보였다. 청춘캠프는 사무실을 빌려 일부는 블랭크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을 저렴하게 디자이너 등에게 내준 것이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과 함께 동네 소식지와 마을소개 책자 등도 만들었다.

청춘파크는 오랜 기간 성대골에 거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1인실 3개와 3, 4인이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 2개, 공유 서재, 공유 부엌 등으로 구성됐다. 보증금이 따로 없고 한 달 단위로 계약을 맺어 거주하거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청춘파크에도 공유 주방이 생기면서 기존 청춘플랫폼은 어린이도서관으로 개조했다. 동네에는 어린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방시설을 보완하고 다락방도 만들었다.

블랭크는 지난해 10월 ‘찾고 싶은 동네술집’을 모토로 커뮤니티 공간 ‘공집합’을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성대골 주민 22명도 여기에 투자했다. 주민들은 동네술집을 운영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가져간다. 블링크 대표를 맡고 있는 문승규 씨는 “직접 거주하며 무엇이 동네에서 가장 필요한지 몸으로 느끼게 됐다.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공유 주택, 공유 부엌 등 필요한 공간을 만들었다”며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은다면 공간복지의 개념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블랭크#청춘캠프#성대골#공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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