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실제임금-근무환경 정보 깜깜… 꼭꼭 숨은 ‘꿀中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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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2부 ‘노오력’ 내비게이션


의뢰인: 손경철 씨(27·상명대 4학년·취준생)

의뢰 내용: 대기업만 보진 않는다. 꿀중기를 찾아 달라.

평생 일할 직장을 찾는 청년이 중소기업에 가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뽑기’ 하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한다. 전국을 돌며 만난 청년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동아일보 청년일자리 특별취재팀엔 취업준비생이 보낸 지령과 다름없다. 일할 만한 중소기업이 있긴 있는가? 있다면 그런 정보는 왜 숨어 있는 걸까. 송중기처럼 매력적인 ‘꿀중기’(건실한 중소기업) 정보가 분명 있는데 손 씨가 제대로 못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조사 착수!

○ 민간에 기대는 정부 사이트

“없어요. 그렇게 자세한 정보는.”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권일 HR스펙트럼 대표(54)는 단호했다. 윤 대표는 20년 이상 취업·인사 관련 일을 하며 평판조회 전문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도 있고 민간기업 채용 정보 사이트도 많은데 정말로 없다고? 미심쩍어 하는 기자를 윤 대표가 컴퓨터 앞으로 끌고 갔다.

‘대한민국 모든 일자리 정보’라는 설명을 달고 있는 워크넷. 첫 화면에서 청년 친화 강소기업이라는 한 회사를 클릭했다. 대표자 근로자 수 자본금 연매출액 등 회사의 기본 상황과 진행 중인 채용 정보를 볼 수 있다. 가장 궁금한 건 연봉과 근무 조건. 연봉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란다.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말일까. 윤 대표는 “법정 근로 시간을 표시한 것이지 실상은 아니겠죠”라며 웃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잦은지, 조직 문화와 분위기는 어떤지, 실제 임금은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다른 기업도 살펴봤다. 이번엔 기업 리뷰가 있다. 기업만족도 2.7점. 리뷰 정보를 클릭해보니 한 민간 채용 정보사이트로 연결된다.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등 항목마다 평점이 있고 전체 별점이 있다. 그런데 리뷰 몇 건을 살펴보고 다음 리뷰를 보려니 가려져 있다. 광고를 시청하고 1건씩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곳에서 왜 광고를 보며 다른 이들이 올린 기업 리뷰를 봐야 하는 걸까.

○ “정부가 궁금한 정보 모아 줘야죠”

“정보가 없으니 지원을 못할뿐더러 입사를 결심하고도 망설이게 됩니다.”

같은 날 만난 문현호 상명대 취업경력센터 총괄 수석컨설턴트(52)의 얘기다. 그는 “학생과 중소기업을 연결해줘도 부모 반대로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했다. 부모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며 더 지원해 줄 테니 취준생 생활을 더 하든지 아예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얘기를 듣고 포기하는 경우다.

“연봉이 낮아도 근무 시간이 짧다거나, 유명 기업은 아니지만 어떤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식의 정보가 있어야 믿음을 가질 텐데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그런 경우 부모 설득하긴 더 힘들죠.”(문 수석컨설턴트)

함께 머리를 맞댄 특별취재팀이 힌트를 얻은 것은 바로 부동산 앱이다. 몇 동 몇 층인지,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몇 분이나 걸리는지, 호가는 얼마고 최근 실제 거래가격이 어떤지 등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는 앱이다. 어떻게 이런 앱을 만들 수 있냐고 묻자 문 컨설턴트는 “정부가 나서 기업들의 정보를 모으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윤 대표는 “누군가 나서서 통일된 양식으로, 실제로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객관적인 기업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과 함께 만들어 본 ‘꿀중기앱’(가칭·그래픽)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일종의 ‘플랫폼’이다. △기업 개요 △직원 연차별 연봉·실수령액 △상여금 △평일·공휴일 실제 근무시간 △복지·휴가 제도 및 실제 이용률 △기업 문화 △비전 및 장점 △전문가 코멘트 등의 정보가 앱의 핵심이다. 자료를 중립적으로 수집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분류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재지 △직종 △보수 △채용 규모 등의 정보를 기준으로 기업을 손쉽게 분류하며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꿀중기앱’의 틀을 만든 윤 대표와 문 컨설턴트는 ‘취업 미스매치’를 얘기하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해서 제공하려고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대기업은 돈 들여서 채용 정보를 올리지만 중소기업은 못 하죠. 진짜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청년들에게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요?”(윤 대표) “정보를 공개하며 중소기업 스스로도 조직의 장단점을 돌아보고 일자리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문 수석컨설턴트)

김도형 dodo@donga.com·최지선 기자

#일자리#취업#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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