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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기업 LG’ 향한 구본무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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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기업 LG’ 향한 구본무 리더십

송진흡기자 입력 2018-02-03 03:00수정 2018-04-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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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LG그룹 <上>
구본무 회장
《기업 경영 환경이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진 사람들이 있다.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속한 회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그들의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들을 들여다본다. 첫 번째는 LG그룹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내 주요 그룹 경영진에 대한 정기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원화 강세, 인건비 상승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된 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경구(警句)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게 경영자의 운명. 동아일보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아 나선 주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의 면모를 소개하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사람들’ 시리즈를 토요판에 게재한다. 동아일보는 2008년에도 국내 주요 그룹 핵심 경영자들을 소개한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역대 최고인 157명을 승진시켰다. 두 번째로 승진 임원이 많았던 2016년(150명)보다 7명 늘었다.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좋아진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 LG그룹 전체 계열사 실적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계열사 합산 기준)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4, 25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LG인화원에서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는 지난해 말 인사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올해는 환율 변동과 보호무역 강화에 따라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만큼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위기감 섞인 다짐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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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총수인 구본무 회장과 부회장 7명이 사업 일선에서 체득한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5년이나 10년 후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 결정자와 실행자로 그룹 주력 사업을 키워냈다. 이들이 승진이라는 ‘당근’과 함께 미래 준비라는 ‘채찍’을 함께 내놓은 이유다.

○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기업을 추구하는 구 회장

구 회장을 처음 만난 사람은 재벌 총수 같지 않은 소탈함에 대부분 놀란다. 주말에 지인 자녀 결혼식이 있으면 비서 없이 홀로 가는 경우도 있다. 수수한 옷차림에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르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과 끈기를 갖춘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다. 구 회장은 1998년 말 대규모 장치 산업인 디스플레이 사업에 과감히 진출해 LG디스플레이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앞서 1992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영국 출장을 가서 본 2차전지를 LG화학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했다. 20년이 넘는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어려움은 컸지만 구 회장의 끈기 있는 지원으로 LG화학은 현재 중대형 2차전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됐다. 또 통신과 에너지 등 미래사업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그가 LG 창립 70주년이었던 지난해부터 줄곧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100년을 넘어 영속(永續)하고 존경받는 기업’이다. LG가 어떤 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혁신해 미래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자는 뜻이다.

○ LG의 미래를 그리는 구 부회장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 사업 육성 지원 등 그룹 운영 전반을 맡는다. 구 회장이 그린 비전을 실제 실현하는 역할이다.

구 부회장은 2000년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디스플레이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 LG전자 대표 시절에는 R&D 투자 금액을 2010년 2조7000억 원에서 2015년 3조8000억 원으로 40% 늘렸다. 그 덕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초프리미엄 가전제품 브랜드인 LG 시그니처 등 시장 판도를 바꾼 혁신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자동차 부품 사업을 LG전자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육성해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 모터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성과를 올리게 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도 “R&D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천인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금성사(현 LG전자)에 견습생으로 들어와 40년 만에 연간 매출액 60조 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1인자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조 부회장도 전자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탁견을 갖춘 인물로 알려졌다. 입사 당시 동료들은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은 당시 보급률이 0.1%에 불과하던 세탁기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세탁기 설계실에 들어간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 36년 이상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연구해 업계에서는 ‘가전 명장’으로 통한다. 1998년과 2013년엔 LG세탁기 TV 광고 모델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1982년 LG반도체에 입사한 이후 36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엔지니어. 2001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으로 부임해 해외에 의존하던 액정표시장치(LCD) 핵심 장비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2012년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취임했을 때 ‘시장 변화에 따라 수익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 꾸준한 비즈니스’를 강조한 이후 2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 선택과 집중의 달인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박진수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화학업계 대표 전문 경영인이다. 2004년 LG화학이 인수한 현대석유화학의 공동 대표도 맡아 성공적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에너지, 물, 바이오, 소재 등 미래 신사업 분야를 키우고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뺄셈론’이다. 자원과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모든 일에 노력을 집중할 수 없는 만큼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LG그룹 부회장 가운데 유일한 외부 영입 인사다. 한국P&G와 해태제과 사장을 지낸 후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왔다. 사장 취임 후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태극제약 등을 인수하면서 1조 원이었던 매출을 6조 원대로 늘렸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며 밀도 있는 업무를 주문한다.

○ ‘승부사’와 ‘전략가’

LG유플러스 수장인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 내부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사업본부장과 대표이사를 두루 거치면서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해당 사업 분야를 1위로 만들었다. LG유플러스로 온 것도 ‘1등 유전자(DNA)’를 전파하라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권 부회장의 과거 경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현회 ㈜LG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승진한 LG 부회장단의 ‘신참’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LG 대표이사로 LG그룹 사업 구조 고도화를 관장한다. 전략적인 통찰력과 강력한 실행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2014년 LG전자 HE사업본부장을 맡아 울트라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현재 ㈜LG 대표이사로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R&D 메카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구축 사업도 이끌고 있다.
 

▼구본무 회장 “기업이 영속하는 길은 미래 준비와 R&D에 있다”▼

‘기술의 LG’ 자부심 무장, 특급 엔지니어 대거 중용


LG전자 전신인 금성사는 1970년대 ‘기술의 금성’이라는 광고 카피를 썼다.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 길은 철저한 미래 준비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R&D에 있다”며 엔지니어들을 중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술의 LG’를 이끄는 엔지니어 중 대표 주자는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대표(사장)다. 그는 1982년 금성사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LG그룹에 발을 들인 뒤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3년 9개월간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R&D 분야에서만 일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도 계열사 간 융복합 연구 및 원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LG기술협의회 의장도 맡고 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일평 사장은 외부에서 영입된 ‘특급 엔지니어’다. 글로벌 전장(電裝) 전문기업인 하만에서 CTO로 일하다 지난해 초 LG전자 소프트웨어센터장(부사장)으로 옮겨왔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CTO 겸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승진했다. 일본 파나소닉 연구소장과 삼성종합기술원 상무도 지냈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은 정밀 가공 분야 핵심 장비를 국산화한 생산기술 전문가다. 2016년 정기 임원인사 때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계단 승진했다. LG전자에서 두 단계 승진한 사람은 홍 사장이 처음이다. LG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자동차 부품의 소형화 및 경량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CTO인 강인병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R&D 분야 전문가다.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반 기술 개발에 기여했다.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도 지냈다. 소재부터 제품 개발까지 디스플레이 개발의 모든 분야를 직접 경험한 덕에 전문지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진녕 LG화학 CTO(사장)는 1981년 LG화학 고분자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줄곧 R&D 분야에서 근무했다. 신소재연구소장과 기술연구원장도 지냈다. 그는 “CTO 조직은 현재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조직”이라며 현재 역량은 물론이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꿈꾸고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사장)은 배터리 사업의 산증인이다. 1998년 부장으로 배터리연구소장을 맡았다. 1999년 상무로 승진했다. 2004년 전지사업부장(상무)으로 옮겼다가 2005년 배터리연구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2009년 전무, 2011년 부사장, 2016년 사장이 됐다. 전지사업부장으로 지낸 1년을 빼고는 20여 년간 배터리연구소를 이끌었다.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노기수 LG화학 중앙연구소장(사장)은 일본 미쓰이화학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 영입됐다. 입사 후 석유화학연구소 연구위원, 폴리올레핀연구소장(상무), 고무·특수수지사업부장(2010년 전무, 2012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전기차용 양극재 및 OLED용 물질 개발과 함께 사업화에도 성공했다. 좌우명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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