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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현대車-현대重 여름나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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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현대車-현대重 여름나기 대작전

동아일보입력 2013-07-12 03:00수정 2013-07-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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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앞둔 울산… “닭-돼지 살려”
11일 울산 북구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구내식당 24곳은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불이 켜졌다. 초복(13일)을 앞두고 울산공장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 3만5000여 명에게 특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제공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조리사와 조리원 615명은 3만9000마리, 약 20t 분량의 닭을 손질했다.

삼계탕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건장한 체구의 직원들이지만 입맛은 섬세하다. 내장과 목은 물론 날개 끝부분, 배의 지방, 꼬리 부분까지 제거했다. 물이 펄펄 끓는 대형 솥에 한 번에 닭 130∼150마리와 수삼, 황기, 대추, 마늘을 함께 넣자 국물은 점차 진한 빛깔로 변해갔다. 곧 삼계탕의 풍미가 식당 주변에 진동했다. 이날 울산의 기온은 오전에 이미 33도를 넘어 11시 첫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초복(13일)을 이틀 앞둔 11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식당에서 근로자들이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초복 앞둔 울산은…닭과 돼지의 시간


현대차 울산공장의 점심식사는 오전 10시 50분에 시작된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나온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식당으로 이어졌다. 울산공장의 하루 식사량은 평균 4만 명분. 식당 한 곳당 1600명이 넘는 인원이 식사해야 하기 때문에 40분씩 2교대로 이뤄진다. 이날 80분 동안의 점심식사를 위해 삼계탕 재료 외에도 무와 콩나물 각각 3t, 양파 2.6t, 긴 어묵 2t이 쓰였다. 또 오이와 찹쌀 각각 1t, 대파 585kg, 수삼 65kg이 들어갔다. 이날 새벽에는 12일 점심메뉴인 추어탕을 끓이기 위해 미꾸라지 440kg이 입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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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풍경도 비슷하다. 식사량이 5만 명분에 육박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9일 보양식으로 한방삼겹살 수육을 내놓았다. 이날 쓰인 삼겹살은 총 14t으로 수육을 써는 데만 500여 명이 투입됐다.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1인분이 200g이라고 하면 한 끼에 7만 명분을 먹어치운 셈이다. 상추 2.5t, 양파 4.2t, 풋고추와 마늘이 각각 840kg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쉽게 달궈지는 철판 위에서 용접 같은 작업을 해 체감온도가 높은 데다 무거운 철판이나 공구를 들고 높이 40m가 넘는 대형 선박 위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며 “초복부터 말복 사이에는 원기 회복을 위한 특식을 주 1회 이상 제공한다”고 말했다.

○ 울산 경제 들썩이는 현대의 ‘초복맞이’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업계,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최다 근로자 수를 자랑한다. 그런 만큼 두 회사의 초복맞이는 유난스러운 구석이 있다. 모든 임직원이 초복에 함께 보양식을 먹는 게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하나의 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다. 손윤락 현대차 울산공장 복지후생팀 차장은 “땀을 많이 흘리는데 온 임직원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함께 삼계탕을 먹고 힘을 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가족의 여름나기는 지역 식음료업계와 유통업계도 들썩이게 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에 하루치 식재료를 공급하는 2.5∼5t 트럭만 30여 대에 이른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도 들어오지만 이때도 울산지역 유통망을 거치는 만큼 지역경제에 긍정적 요소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식당에서 부식으로 제공하는 요구르트는 하루 8만 개가 넘는다. 조업일은 한 달에 20일 정도지만 한 번에 두세 개씩 먹는 직원도 많아 울산공장에서만 한 달 평균 200만 개의 요구르트를 소비한다. 두 곳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배식시간인 오전 11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5개씩 포장된 요구르트 봉지만 뜯는 조리원도 있다”며 “요구르트 봉지를 한 번에 뜯는 노하우를 익혀 ‘달인’으로 불리는 조리원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한 달 전에 미리 메뉴를 짠다. 막대한 양의 식재료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식당의 메뉴가 겹치지 않게 한다. 두 곳이 같은 메뉴를 정하면 한 번에 8만 명 이상의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현대가의 초복맞이에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울산에서 현대는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울산 시민은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현대와 연결된다는 말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과 1∼3차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합하면 약 15만 명. 4인 가족 기준으로 60만 명이 현대차와 관련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울산 전체 인구가 약 11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다.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 정장 대신 현대 점퍼를 입고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그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회사는 함께 먹는 식사부터 꼼꼼하게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 4학년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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