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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그래도 ‘달러’ 대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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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그래도 ‘달러’ 대안은 없다

동아일보입력 2011-08-29 03:00수정 2011-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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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극인 경제부 차장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이 참석한 26일 ‘잭슨홀 심포지엄’에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은행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달러 찍어내기’에 대한 소리 없는 항의였다는 게 최근 런민일보 보도다. 미국이 ‘양적완화’에 나서면 달러를 기준으로 매겨진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진다. 3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 보유외환의 가치도 떨어진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중국을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날 추가 양적완화 언급은 없었다.

세계은행은 5월 ‘달러 헤게모니’의 종말을 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달러화가 세계경제 패권을 주도하는 시대는 2025년에 끝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유로화와 위안화가 달러와 대등한 위상을 가진 통화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위상 변화는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를 매개로 한 교역 비중이 절대적인 데다 3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의 65%를 달러화 표시 자산으로 갖고 있다.

과연 달러 일극 체제는 끝날 것인가.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최근의 세계경제 불안은 유로화와 위안화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달러로 표시되는 미국의 정치, 군사, 사회, 문화적 위상도 여전히 중국이나 유럽이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유로화 위상은 이번 위기 해결 과정에서 크게 훼손됐다. 유럽연합(EU)은 원래 회원국 경제위기 때 다른 회원국의 재정 원조 대신 자력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공동체 전체의 재정 압박으로 인한 유로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그리스 지원 과정에서 이 규정은 폐기됐다. 유로화 자산 보유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궁극적으로 유로 단일통화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많다. 환율 변동을 통한 불균형 시정 메커니즘이 불능인 상황에서 공동체 내 불균형은 앞으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매번 독일 등 경상수지 흑자국의 재정 이전으로 보전해 주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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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도 갈 길이 멀다. 중국은 달러화 리스크를 줄인다며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안화를 이용한 무역 결제액은 지난해 4394억 위안으로 1년 새 100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통화 국제화에 핵심적인 자본시장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무역결제 자금으로 위안화를 받아도 이를 굴릴 데가 별로 없으니 세계 금융회사들이 위안화를 취급할 유인이 없다. 위안화 가치를 중국 정부가 사실상 결정하는 데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 운영의 독립성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막대한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세계 금융시장에 충분한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하기도 어렵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 세계경제의 높은 파고에 몸을 내맡겼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게 한국의 운명이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재정건전성 강화 움직임이 세계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면 상당 기간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한다. 중국이 일정 수준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지만 국민도 욕망의 수준을 낮추고 허리띠를 졸라맬 시간이다.

배극인 경제부 차장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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