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식품의 미래[DBR]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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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곤충이라니. 2013년 미국의 스타트업 EXO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귀뚜라미 에너지바를 생산하겠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였다. 아무리 영양가가 좋고 친환경적이어도 그렇지, 사람들이 곤충을 잘 먹을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EXO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만 달러(약 2300만 원)를 모았고, 귀뚜라미 에너지바 판매 매장을 미국 전역으로 넓혀 나갔다.

그때부터 나도 식용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연구를 시작했다. 의외로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연구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실제 가축을 키우고 도축해서 생산하는 육류가 아닌,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하거나 아예 단백질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인공 육류, 즉 ‘대안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콩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를 개발하는 ‘비욘드미트’ 같은 스타트업들이 크게 성장한 배경이다.

곤충은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친환경적인 식재료다. 소, 돼지 같은 가축은 정온(定溫)동물이기 때문에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곤충은 변온(變溫)동물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않고 에너지도 덜 쓴다. 그래서 적은 양의 사료로도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환경오염도 덜하다. 먹는 것이 적으니 그만큼 배출하는 것 또한 적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물 사용량도 적다.

둘째,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샐러드를 먹는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이른바 ‘핫’한 채식 전문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을 즐긴다. 엄격하게 채식만 하지는 않지만 가끔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 ‘플렉시테리언(flexiterian)’이 등장한 배경이다.

연구 끝에 곤충 사업에 직접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상은 했지만 시장 상황은 열악했다.

소비자들은 곤충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식용 곤충 쿠키와 다양한 음료를 파는 카페를 열었다. 그런데 쿠키에 곤충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객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이런 걸 팔면 안 된다며 ‘사장 나오라’고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편견 없는 잠재적 소비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곤충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으면 주저 없이 입 속으로 넣었다. 특히 곤충 쿠키와 새우 과자 맛이 나는 갈색거저리 유충이 인기가 좋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소매시장 진출 가능성도 엿봤다. 2018년 식사대용 시리얼과 운동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틴바를 출시했다. 탄수화물 성분 위주의 식품에 곤충 단백질을 보충한 제품이었다. 판매량이 많진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곤충 식품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매출이 나기 시작했다. 2019년 7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농촌진흥청은 갈색거저리 유충이 암 환자의 면역력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육질이 단단한 육류나 생선류를 씹어 먹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곤충 분말이 양질의 단백질원이 된 것이다. 이 덕분에 곤충 분말 제품 판매가 급증했다. 주문이 몰려 배송이 늦어지는데도 예약주문까지 들어왔다. 그동안 다양한 곤충 식품을 개발하고 기획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랍스터(바닷가재)는 과거에는 ‘바다의 바퀴벌레’라 불리며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던 음식 중 하나였다. 그래서 죄수들에게나 주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랍스터는 고급 요리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았다. 이렇게 특정 식품에 대한 혐오나 선호는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다. 식용 곤충 또한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3호에 실린 글 ‘스시도 글로벌 시장서 초반엔 거부감, 곤충식(食) 시장이 미래 책임질 것’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류시두 퓨처푸드랩 대표 sidoo@fflab.kr
#곤충식품#exo#크라우드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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