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벌이는 美, 중국의 CCTV 산업까지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18시 44분


코멘트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빅브라더 사회’라고 불리는 중국의 폐쇄회로(CC)TV 산업까지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상무부가 중국의 감시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비전’을 기술 수출 제한 목록(entity list)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화웨이처럼 미국 기업이 하이크비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조치다. 하이크비전은 감시카메라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얼굴과 신체 특징, 걸음걸이 등으로 추적하고 감시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중국의 감시체계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의 통제에 사용돼 인권침해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하이크비전마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첨단기술 경쟁은 외교 문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이르면 올해 가을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독자 OS를 만들어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그동안 상하이교통대와 함께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한 자체 OS인 훙멍(鴻蒙)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화웨이가 독자 OS를 내놓아도 구글과의 협력 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유럽 등 주요시장 소비자들은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지메일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화웨이 제품이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분리된 ‘갈라파고스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항공사도 미국에 대한 반격에 가세했다. 21, 22일 동방항공과 차이나에어(중국국제항공사)가 미국 보잉사에 보잉 737 맥스의 운항 중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보잉 737 맥스의 잇따른 추락사고 이후 관련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단기간 해결될 수 없는 ‘기술 냉전’ 시대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장기전 돌입을 예상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1930년대 중국 공산군이 대장정을 위해 모였던 장시(江西)성 간저우((¤州)시 위두(于都) 현을 찾았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새로운 대장정이다. 우리는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대장정 중 여러 차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났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21일 한 포럼에서 “화웨이 사건 등이 격렬해져 (미중) 과학기술전쟁으로 비화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의 전체 수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다. OECD는 21일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까지 미국은 0.6%, 중국은 0.8%의 GDP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최근 대만 경제단체 간부들을 만나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1%포인트 내려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