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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객석은 옛말… “배우와 토론-채팅하며 무대 이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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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객석은 옛말… “배우와 토론-채팅하며 무대 이끌어요”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7-17 03:00수정 2019-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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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파괴 ‘관객 참여형 공연’ 인기
연극 ‘시비노자’의 배우들이 소녀가 아버지를 죽이는 모습을 상상하며 연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극 ‘#너만빼고’에서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채팅방에 올리는 메시지를 배우가 읽고 있다(오른쪽 위 사진).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배우들이 손전등을 켜고 길을 찾을 때 관객도 손전등 불빛을 비춘다. 히스씨어터, 극단 화담, 알앤디웍스 제공
“그래서 지금 당신이 죄 없는 소녀의 목을 매달겠다고?”

“증거만 보면 소녀는 유죄가 맞아요. 당신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자꾸 덧붙여 말하고 있어요.”

10일 서울 대학로 한 극장 무대. 한참 연극이 진행 중이지만, 이 설전은 배우의 대사가 아니다. 한 관객과 배우가 서로의 논리를 지적하며 토론을 벌인다. 연극 ‘시비노자’는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관객과 배우가 모두 배심원으로 참여해 ‘무죄’ ‘유죄’ 평결을 내린다.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 늘고 있다.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알려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의 일종으로, 국내 제작진도 관객과의 소통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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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노자’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연극의 3요소’ 가운데 하나인 관객이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전면에 나선다. 배우들은 객석을 향해 자연스레 “소녀가 무죄(혹은 유죄)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고 물었다.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란 기우는 찰나였다. 웅성웅성하던 관객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곤 본인의 생각을 꺼내놓았다. 관계자는 “관객 의견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어 무대마다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며 “토론과 객석 투표에 따라 매번 결론이 달라지는 게 묘미”라고 설명했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도 있다. 연극 ‘#나만빼고’는 사전에 관객들에게 “꼭 휴대전화를 켠 채 공연 관람하라”고 공지한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관객은 오픈 채팅방에서 배우의 친구가 돼 공연 도중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메시지는 무대에 설치한 대형 화면으로 다른 관객과 공유된다. 박상협 연출은 “관객 참여가 줄거리까진 바꾸진 않는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관객이 소품을 통해 개입한다. 배우가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손전등을 켜주거나, 사전에 준비한 빵을 무대 위로 던져주기도 한다. 연극 ‘머더 미스터리’나 ‘포스트 아파트’도 즉흥적인 관객 참여를 유도해 경계를 허문다.

관객 참여형 작품은 변수가 많은 만큼 배우들의 순발력이 무척 중요하다. 반응이 저조할 경우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비노자’의 강봉훈 연출은 “참여를 유도하려고 배우들이 특정 관객을 지목해 의견을 되묻거나 반박하며 도발하는 등 반응을 유도한다. 결말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버전의 결말을 숙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관객 참여형 공연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영미에서 9년째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인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대표작. 호텔 5개 층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관객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본다. 어느 장소에 있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하는 셈이다.

박병성 공연평론가는 “공연 자체를 해체하고 관객을 개입시키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며 “관객이 친밀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참여형 공연이 국내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한결 평론가도 “아직 국내에선 익숙지 않는 공연인 게 사실이지만, 최근 ‘푸에르자 부르타’ 같은 공연이 반복적으로 대중과 만나며 흥행했다. 이런 실험적 공연은 꾸준히 관객과 만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관객 참여형 공연#시비노자#너만빼고#록키호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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