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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丙申年 사태’ 野주도 특검에 맡기고 대통령은 수사 자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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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丙申年 사태’ 野주도 특검에 맡기고 대통령은 수사 자청해야

동아일보입력 2016-10-29 00:01수정 2016-10-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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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대학생과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말 대규모 시위도 예상된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전방위로 드러나면서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17%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25일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연설문 도움’ 등 극히 일부만 인정한 진정성 없는 대(對)국민 사과 이후 지지율이 14%까지 급락한 것은 심상치 않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청와대의 시도에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어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계신다”고 밝힌 것은 안이하고 한가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은 하되,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거나 야권이 주장하는 거국(擧國)내각을 거부한 채 국정을 주도할 작정이라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전통적 우군인 보수층의 지지율이 23%까지 주저앉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이다. ‘워터게이트’는 도청보다 이를 덮으려는 거짓말 때문에 대통령 사임을 불러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박 대통령이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90분간 박 대통령과 긴급회동을 갖고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낼 것과 최 씨를 속히 귀국시켜 검찰 수사를 받게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긍정적인 태도였으며 최 씨의 국내 송환 요구에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헌정사상 초유인 ‘대통령의 위기’에 국정 공백 상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은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국민 앞에 모든 것을 밝히고, 대통령 자신의 향후 역할을 포함해 청와대와 내각의 과감한 인적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는데도 그간 잠적했던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어제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 씨를 전혀 모른다고 밝힌 것은 기이하다. 그는 과거 자신이 연설문을 작성하면 이상해져 돌아왔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고 “연설문의 큰 수정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누가 손을 댔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면, 아직도 청와대 안에는 어떻게든 이 상황만 모면하려는 간신들이 준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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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뒤늦게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리고 최 씨 관련 수사에 부산을 떨지만 이런 반동(反動)세력이 버티고 있는 청와대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미적대고 있는 사이 청와대는 증거 인멸이 한창이라는 주장도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사안의 엄중함과 국민 정서를 감안한다면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결국은 여야가 합의한 특검으로 갈 수밖에는 없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국회가 특검 임명 방법, 수사 대상, 범위,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반대했다. 박 대통령이 특검 책임자를 낙점하는 상설 특검을 할 경우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낱낱이 밝혀낼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설사 수사 결과를 내놓은들 국민이 수긍할 리도 없다. 청와대의 하명(下命) 기관으로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작지 않은 새누리당은 야당 주도의 별도 특검에 협조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상책(上策)이다. 박 대통령은 특검에 수사받기를 자청해야 한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통해 ‘대통령 하명 수사’에 검찰을 이용해온 박근혜 정부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비극이다.

 여당은 청와대만 쳐다보고, 행정부도 ‘최순실 정부’에 복무했다는 자괴감에 국정 마비 상태에 빠진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이 31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명분은 내년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합의 처리 문제지만 병신년(丙申年) 2016년에 쓰나미를 몰고 온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특검 도입, 거국중립내각 구성, 개헌 등 현 시국 현안 전반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정부와 더불어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한 축이다. 대통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국회라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구국(救國)의 수습책을 강구해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 하야#시국선언#최순실#거국내각#청와대#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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