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 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도 “그게 누군가 무임승차를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비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그조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에 가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그는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자신과 협상해야 할 사람으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하며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부장관 승진이 북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에 대한 우선순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최 제1부상을 지목한 것은 북측도 협상대표의 지위를 격상시켜 비핵화 담판에 나서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비건 지명자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에 이어 현재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로 최 제1부상보다 급이 낮았다. 미 측 협상팀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실무협상은 물론이고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실무협상에서도 북측 협상대표가 아무런 실권을 갖지 못한 채 상부의 메시지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에 실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지명자는 북한이 미국 측에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며 설정한 연말 시한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 설정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고 그들의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연말 시한과 상관없이 북한과의 협상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이 외교가 시작되기 전 도발했던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이는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이 현재 미국의 리더십과 협상 라인이 유지되고 있을 때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과정에서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을 5차례 반복했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지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로 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논의가 아직 거기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이슈에도 주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이 결렬을 선언한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에 대해서는 “매우 건설적인 논의를 했으나 북한이 자체적 이유로 인해 실패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비건 지명자는 지난해 8월 북-미 실무협상 미 측 대표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 관련 협상을 뒷받침해 왔다. 지난달 31일 주러시아 미국 대사로 지명된 존 설리번 부장관 후임으로 지명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