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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대통령 복 없는 한국, 국민 바뀌어야 나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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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대통령 복 없는 한국, 국민 바뀌어야 나라 지킨다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19-10-21 03:00수정 2019-10-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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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넘는 국민과 소통의 門
닫으려는 대통령의 미래는… 마음속 광화문, 가슴속 서초동
우리 사회 깊은 상흔 남길 것… 文, 바뀌길 바라지만 희망고문 될 듯
박제균 논설주간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법에 정의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된 이유가, 그런 정의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의 영혼이 실종된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두 달여 동안 나라를 뒤집어 놓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검찰이란 공무원 조직의 영혼을 탈탈 털어버리려는 권력의 기도(企圖)를. 그 권력에 굴종하는 순간, 영혼이 증발하는 건 시간문제다. 검찰이나 되니까 그 정도 버텼지, 일반 공무원 같으면 권력의 바람이 불기 전에 풀잎처럼 눕는다. 그 선연(鮮然)한 실례를 우리는 문재인 정권 초반 적폐청산의 광풍(狂風)에서 봤다. 공무원의 영혼 없음을 개탄하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을 양산한 것이 누군가.

문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가치가 실종됐음을 안타깝게 여겼다면 애초부터 정의나 가치와는 담을 쌓은 사람을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법무부) 장관’ 자리에 기어코 앉히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정의와 가치 기준이 흔들리자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생전 나와 보지 않던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이란 말이 있듯, 문 대통령도 대선 기간이나 취임사에서 쏟아낸 ‘공약(空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선거운동 때인 2017년 2월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서는 “(대통령이 된 뒤) 만약 문재인 하야 시위가 일어난다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겠다.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하야’ 소리가 광장을 쩌렁쩌렁 울린 광화문 시위 때 그렇게 했던가. 애당초 지키기 어려운 약속임을 알지만, 적어도 그런 말을 했다면 광장에는 못 나와도 언론 등을 통해서라도 설득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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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문 대통령은 이 말만은 분명히 지켰다. 대담집에서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대로 민심의 소리에 철저한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건 자랑할 성품도 아니고, 대통령이 돼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비정상과 비상식을 정상과 상식으로 돌려놓으라는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여기는지. 특정 세력이 아니라 절반이 넘는 국민과 소통의 문을 잠그려는 대통령의 미래…. 생각만 해도 아슬아슬하다.

문 대통령은 같은 책에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였다”고도 했다. 집권 2년 반을 돌아보면 기막힐 지경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국민들이 이렇게 홍해 갈라지듯 좍 갈라져 심리적 내전(內戰) 상황까지 치달은 적이 있었나. 조국 사태건, 뭐건 내 탓보다는 남 탓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문재인식 통치 방식’은 특히, 권력의 악력(握力)이 약해지는 집권 후반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거센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돌이켜보고 싶지도 않은 복수혈전에 나라 전체가 빠져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시위는 잦아들겠지만 마음속의 광화문, 가슴속의 서초동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깊은 상흔(傷痕)을 남길 것이다. 가까웠던 사람들끼리 말을 꺼리고, 얼굴을 붉히며, 끝내 건널 수 없는 골을 파는 것이 문재인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인가. 극성 친문(親文)들에게 ‘좌표’라도 찍힐까 봐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는 ‘심리적 독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단한 세상이다.

수의(囚衣)를 입은 두 명의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마저 외곬으로 치닫고 있으니, 참 대통령 복은 없는 국민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아직 남은 시간이 더 긴 만큼 문 대통령이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어쩐지 희망고문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대통령이 안 바뀌면 국민이라도 바뀌어야 한다. 차가운 머리로 5년 정권이 엇나가지 않도록 감시하되, 따뜻한 가슴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하지 않으며, 뜨거운 심장으로 필요할 땐 행동에 나서는 국민으로. 그래야 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조국#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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