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분쟁, 무례 무시 무성의로는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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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예고하면서 시작된 한일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어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이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직후에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담화도 발표했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무역규제 강화 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주체는 일본”이라며 다시금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행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는 점과 양국 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위를 가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일본 측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 대신 양국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제안을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며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양국 갈등이 장기화 기로에 서면서 국제 여론의 향방도 주목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7월 20일자)는 일본의 행태에 대해 “근시안적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한일이 (역사 전쟁에서) 뒤로 물러설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피해가 제한적인 만큼, 상황을 완화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3, 24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자유무역 위반 여부를 놓고 한일 간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은 24일 화이트리스트 관련 공청회를 비롯해 추가 제재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언론을 향한 설명회 등 여론전을 벌이는 한편으로는 경제산업성이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군사 전용 우려 없다면 신속하게 수출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리도 치밀하게 준비하되 상대와의 물밑 접촉을 통한 조용한 외교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수립 이래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간 갈등을 넘어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된다. 양국 정치권에서는 이를 악용해 강경 기조로 분위기를 띄우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양국 지도부 모두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물밑 교섭을 이어나가야 한다.
#일본 수출 규제#한일 무역분쟁#국제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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