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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파워 인터뷰]“국민 피눈물 젖은 돈 ‘전관 고액 수임료’ 제한규정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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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파워 인터뷰]“국민 피눈물 젖은 돈 ‘전관 고액 수임료’ 제한규정 만들 것”

전성철 논설위원 입력 2019-05-15 03:00수정 2019-05-1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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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전관예우는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인데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전관 변호사의 비위는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를 떠나서, 변협 차원에서 제명 등 징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전성철 논설위원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이 자신이 몸담은 업계의 병폐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쌓아 온 숱한 인연이 눈에 밟히는 까닭이다. 지난달 25일 ‘법의 날’ 기념식에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54)이 “전관예우는 궁박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사정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범죄”라고 비판했다는 기사는 그래서 눈길이 갔다.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법조계 현안 전반에 대해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상대방 변호사가 전관이어서 손해를 본 경험이 있나.

“전관예우가 과거에 비해선 많이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예전에 한 횡령사건에서 고소인 측 대리를 맡았는데 상대방이 검찰 출신 전관을 선임했다. 상대방(피고소인)의 금융거래와 통화기록을 조회해 달라고 하니까 검사가 ‘그럴 필요 없다’고 버텼다. 상대방은 내 의뢰인과 통화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완전 부인하는데도 그러더라. 오히려 내 의뢰인에게 ‘고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면 무고죄로 처벌한다’고 겁까지 줬다. 결국 의뢰인과 상의해 전관 변호사를 공동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그 후에야 수사를 제대로 하더라. 무고죄 이야기도 쑥 들어갔다.”

전관예우, 사회 공정성 해치는 범죄

―‘법의 날’ 기념식에서 전관예우는 범죄라고 했다.

“전관예우는 변호사 사회에서도 불공정 경쟁이지만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동아일보가 ‘법의 날’ 기획기사와 사설 제목에서 전관예우를 반칙이며 범죄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형사사건은 피의자 입장에서는 신체의 자유는 물론이고 운영하는 기업의 생사 등을 가르는 절박한 일이다. 그런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게 홍만표, 최유정 변호사 사건이다. 오죽하면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번 돈은 당신 돈이 아니다. 피눈물이 젖어 있는 돈이니 빨리 써버려라’라고 한다. 전관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는 제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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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를 제한하려면 법을 고쳐야 하나.

“법률로 정하면 탄력적 운용이 불가능하다. 수임료 제한은 변호사회 내부 규정으로 하면 된다. 공인중개사 등 유사 직역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대형 로펌에서 여러 변호사가 팀을 짜서 변론하는 사건이나 국제거래 사건 등 실제로 고액의 수임료를 받아야 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심사를 거쳐 고액 수임료를 허용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형사사건은 그렇다 하더라도 민사사건은 전관을 선임한다고 결론을 바꾸긴 어렵지 않을까.


“민사에서는 재판 진행이 문제가 된다. 증인 채택이나 현장 검증 요구를 안 들어주다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부의 태도가 바뀌는 경우를 종종 겪었다.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서 재판부가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측의 편을 들며 시간을 끄는 것도 문제다. 예전에 한 사건에서 원고 측 대리를 맡아 1심에서 승소했다. 새로운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고, 상대측에서 더 주장할 내용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항소심 재판부가 심리를 더 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석 달을 끌었다.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제 뒤에 앉은 의뢰인이 이런 재판에 승복할 수 있겠냐’고 항의했다. 재판장이 얼굴을 붉히며 ‘재판부를 모독하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고도 선고 기일을 두 달 뒤로 잡더라. 피고에게서 하루빨리 돈을 못 받으면 파산할 지경이었던 내 의뢰인은 결국 선고를 못 기다리고 절반의 금액에 합의를 봤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까.

“전관을 없애는 게 가장 확실한 길이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가운데 40대 후반이나 50대에 임기를 마친 이들이 변호사 개업을 못 하도록 막는 건 ‘100세 시대’가 열린 점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 변호사 개업 대신 그분들을 상임조정위원이나 시골의 원로법관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면 재판 내실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법연수원 같은 기관이 지금보다 규모를 늘려 석좌교수로 모시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려면 국가에서 예산을 조금 들여야겠지만 그렇게 쓰는 돈은 전관예우로 국민이 보는 피해와 비교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 회장은 2010년 ‘스폰서 검사’ 특별검사팀에서 특별수사관으로 일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에는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 어떤 견해일까 궁금했다.

檢, 수사실패 두려워 ‘별건’ 들춰서야

―변호사로서 봤을 때 반드시 고쳐야 할 검찰의 문제점을 꼽아 달라.

“문제는 많다. 그중 하나로 별건수사를 들 수 있다. 검찰에 칼을 쥐여준 것은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라는 것이지, 여기저기 찔러 보란 뜻이 아니다. 10여 년 전 한 벤처기업 대표를 변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를 했는데, 나오는 게 없으니까 그 회사가 회삿돈으로 변호사비 치른 걸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법적으로 횡령인 건 맞지만 그런 식의 수사는 옳지 않다. 회삿돈을 빼돌렸는지가 환부라면, 변호사비는 약을 안 먹어도 나을 수 있는 감기 같은 문제다. 환부에 문제가 없다고 큰 칼로 작은 종기를 쑤셔서야 되겠나. 검찰이 수사에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했는데 문제가 없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악착같이 파헤쳐서 범죄자를 만들겠다고 덤빌 필요가 없다.”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정치권이 시끄럽다.

“공수처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건 검찰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사와 검사 등을 엄정하게 수사할 새 기구로 공수처를 만들자는 건데, 이게 문제가 많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 놓은 특별감찰관은 어떤 기능을 하나. 공수처와 거의 같다. 그런데 지금은 유명무실한 공석 상태이지 않나. 어차피 공수처를 만들려면 공수처장부터 공수처 검사까지 검찰 출신이 가장 많이 들어가게 돼 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변호사 시국선언을 주도하는 등 진보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왔다. 그런 이 회장이 진보 진영을 비롯한 현 여권이 강하게 추진하는 공수처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공수처 설치에 부정적인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대안이 있나.

“사법부의 독립에 준하는 정도로 검찰을 독립시키면 된다. 어렵게 공수처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정권이 검찰 수사에 간섭을 안 하면 된다. 잘 보인 검사에게는 인사에서 특혜를 주고, 못 보인 이들은 불이익을 주면서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한다. 현 정부도 전 정권에서 잘나갔던 검사들을 ‘물갈이’ 인사 하지 않았나. 이러면 어떤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이 저지른 잘못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겠나.”

검찰 독립시키면 공수처 필요없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공수처 도입은 찬성 여론이 높다.

“꼭 도입해야 한다면 심도 있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정권과 유착은 어찌 막을지, 수사의 독립성은 어떻게 보장할지, 검찰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은 공수처 검사의 인사 문제와 청렴성 확보는 어찌 처리할지 등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 내가 터파기 공사를 잘 해놓으면 다음 사람들이 한 층씩 올려 멋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번 정부가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고, 다음 정부는 어떻게 만들지 합의하고 그런 식으로 10∼20년이 걸리는 것도 좋다. 국가의 틀을 바꾸는 일인데, 제대로 된 공수처를 만들 수 있다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낭비가 아닌 시간이 될 것이다.”

―공수처 도입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것이 문제라는 뜻인가.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평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내 눈에도 제1야당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法)이라는 글자를 뜯어보면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 순리라는 의미가 있다. 민생법안도 다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수처 설치를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순리인지 의문이다. 변협에서 꽤 오래전 설문조사를 했을 때 응답한 변호사의 86.5%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하지만 내 신념은 반대다. 그 당시는 검찰의 문제가 워낙 심했다. 여야가 합의해서 공수처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패스트트랙 지정하면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추가로 붙지 않았나. 법안을 이렇게 누더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둘러본 사무실 곳곳에는 벽에 비스듬히 기대 세워둔 액자들이 보였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이나 됐는데도 여태껏 액자를 벽에 걸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 회장은 “잠깐 지내는 곳인데 못 자국을 남기면 뒤에 올 사람이 싫어하지 않겠나. 집에서도 벽에다 못질을 하지 않는다”며 “못을 박아 걸어둘 정도로 중요한 물건도 없다”며 웃었다. 남에게 작은 민폐를 끼치는 일조차 꺼리는 그의 성격이 변호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성철 논설위원 dawn@donga.com
#공수처#패스트트랙#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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