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스티브 잡스, 약점관리 못해 많은 장점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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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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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휘창 교수가 분석한 ‘잡스식 경쟁전략’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안테나 수신 기능보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중시한다. 스스로를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일류 기업이 되려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만큼 결정적인 경쟁 열위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다. DBR 자료 사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안테나 수신 기능보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중시한다. 스스로를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일류 기업이 되려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일만큼 결정적인 경쟁 열위를 없애는 일도 중요하다. DBR 자료 사진
아이폰4G가 데스 그립(Death grip·아이폰4G의 아랫부분을 잡으면 안테나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고초를 겪었다. 유명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는 공식적으로 아이폰4G를 구매하지 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 문제에 오만한 태도로 맞서다 언론과 소비자단체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애플의 핵심 경쟁력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애플의 최대 장점은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인인데 이 디자인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다 작은 기술적 결함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애플 사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려면 자사의 핵심 우위만 강화할 게 아니라 결정적인 경쟁 열위도 없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3호(8월 15일자)에 실린 문 교수의 글을 간추린다.

○ 애플의 진정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기능을 모두 지니면서, 이보다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이게 바로 잡스가 말하는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이다. DBR 자료 사진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기능을 모두 지니면서, 이보다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이게 바로 잡스가 말하는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이다. DBR 자료 사진
잡스는 애플 제품이 우수한 이유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 △놀랄 만한 낮은 가격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한 바 있다. 첫째와 셋째 요인은 애플 고유의 경쟁 우위가 아니다. 아이폰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대부분 외국 기업의 기술을 아웃소싱해 받아들인 기능이다. 아이폰 생산도 중국 선전에 소재한 대만계 회사인 폭스콘이 담당한다. 즉,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체제다.

그러나 둘째 요인은 다르다. 애플의 디자인은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힘들다. 디자인 역량이야말로 애플 제품을 세계 최고로 올려놓은 원동력이자 애플 마니아를 낳은 이유다.

잡스는 최근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애플의 디자인 역량에 관한 비결을 스스로 알려 준 바 있다. 잡스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컴퓨터를 놓은 다음 가운데에 물음표를 찍었다. 즉 ‘두 제품의 기능을 모두 가지면서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없을까’를 고민한 결과 탄생한 제품이 바로 아이패드라는 뜻이다.

잡스의 핵심 역량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내는 게 아니다. 그의 경쟁 원천은 기존 제품들의 기술을 잘 조합한 후 마술적이고 혁명적인 디자인으로 이를 잘 버무려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내놓는 데 있다.

○ 잡스와 인문학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서 두 가지 모두의 가장 좋은 점을 얻으려고 노력해왔다”고도 밝혔다. 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은 잡스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다. 그가 왜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아보려면 그의 인생역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알려진 대로 그는 입양아다. 그의 생모는 그를 꼭 대졸자로 만들어달라는 조건을 걸고 양부모에게 보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잡스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어 곧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부모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1년 반 동안 대학에 더 머물렀다. 이미 정규 학생이 아니었던 그는 정규과목을 수강할 수가 없어 관심 있던 교양 과목을 청강하며 세월을 보냈다.

당시 잡스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과목이 바로 서예(calligraphy)였다. 이때 익힌 지식은 그가 다양한 글자 모양과 글자 간의 자연스러운 간격이라는 특징을 지닌 애플컴퓨터의 그래픽 모드 운영 체제를 만들어내는 데 밑거름이 됐다.

애플을 창립한 잡스는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불화를 빚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후 넥스트를 설립했지만 이 회사는 잘 운영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를 설립해 성공을 거두고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면서 잡스는 애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아이팟 아이폰 등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췌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다.

잡스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이렇게 인생의 어려움이 계속 발생했다. 하지만 그는 친부모와 양부모, 정규교육과 청강교육, 거듭된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 등 극단적인 갈림길에서 모순적인 양쪽의 장점을 잘 살려 자신만의 천재성을 만들어냈다. 언뜻 보면 기술과 인문학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천재성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에서 의미 있는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잡스는 바로 이를 해냈기 때문에 천재라 할 수 있다.

○ 잡스식 경쟁전략의 시사점

아이폰4G의 안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애플의 대처법은 29달러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아이폰4G 같은 하이테크(high tech)기기의 문제점을 로테크(low tech)적 방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잡스는 왜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 그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상품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품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로 생각하고 있다. 잡스는 애플이 매킨토시를 개발하던 시절에 회로기판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아이폰4G를 만들 때도 안테나 수신 문제를 제기한 기술자가 있었지만 그가 이를 무시하고 현행 디자인을 채택했다.

잡스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다. 첫째, 기술 중심의 제품은 다른 무엇보다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 휴대전화의 수신 기능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유 그 자체다. 제품의 효용과 가치를 높이려면 인문학적 사고와 디자인을 접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핵심 기능과 인문학적 가치가 충돌한다면 일단 기술을 우선해야 한다.

둘째,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조그만 약점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 성격이 강한 잡스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전략이 상당히 굴욕적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류 기업은 자사의 경쟁 우위만 강화할 게 아니라 결정적인 경쟁 열위도 없어야 한다. 일류 기업일수록 약점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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