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2년 걸릴 진급을 1년 만에…2등 항해사로 초특급 승진한 비결 알고보니
더보기

2년 걸릴 진급을 1년 만에…2등 항해사로 초특급 승진한 비결 알고보니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입력 2019-11-14 16:54수정 2019-11-14 17:0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김인현 교수 제공
해양대를 졸업하면 마치 사관학교를 졸업한 생도들이 소위에 임관하듯 3등 항해사가 된다. 2년 승선근무를 마치면 2등 항해사로 진급한다. 그런데 1년 만에 초특급 승진한 동기생도 있다. 그 비결은 무얼까?

유조선이 한국에 입항하기 전 부두가 준비되지 않으면 여수 근처로 간다. 선박을 접안해 하역작업을 할 부두가 없으면 회사는 기관감속(slow steaming)을 지시한다. 속력을 낮춰서 오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연료비가 적게 든다. 시간당 20㎞로 항해하던 속력이 10㎞ 정도로 떨어진다. 이제 낚시가 가능해진다. 당직이 아닌 선원들은 뱃전에 붙어서 낚시를 즐긴다. 간혹 큰 고기들이 잡혀서 무료한 선상 생활을 즐겁게 해준다. 낚시 도구 장만은 선박에서 오락에 해당하는 것으로 3등 항해사 담당이다.

동기생은 선박이 기항할 때마다 낚시 가게를 찾아가서 낚시 도구를 잘 장만해왔다. 한번도 아니고 꾸준하게 준비를 잘했다. 성실한 그의 태도가 선장은 물론이고 선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2등 항해사 자리가 비게 됐다. 그래서 선장은 “진급을 상신합니다”하고 전보를 회사에 보내 결국 특진이 됐다. 그래서 통상 2년이 필요한 진급을 1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특진을 하려면 낚시가 가능한 유조선을 타야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겨났다.


선장의 당직 시간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대게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3등 항해사의 당직 시간에 함께 선교에서 선다. 선장은 당직을 마치고 점심식사 후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낮잠을 자거나 취미생활을 즐긴다.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운동을 한 뒤 탕에 들어가 피로를 푸는 것이다.

주요기사

김인현 교수 제공
하루는 출항을 한 다음 목욕을 하려고 선장이 자신의 방에 있는 탕에 들어갔는데 물이 푸른색이더란다. 몸을 물에 담그니 향긋한 향기까지 났다. 기분이 좋았다. 다음 항차에는 다른 색깔과 조금 다른 향이 났다. 항해 내내 이런 호사를 누렸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서 선박에서 조리사가 교대해 하선 하게 되었다. 선장은 본사에 전보를 보냈다. “본인이 만난 가장 훌륭한 사롱보이(급사)입니다. 조리사의 후임으로 특진을 요청합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특진이 되었다. 나도 그런 사롱보이를 만났었다면….

그러나 ‘선장으로의 진급’은 이들과 다르다. 꼼꼼하게 다양한 자질을 검증한다. 선장은 선박의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선장은 선주의 대리인이므로 선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마냥 마음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한칼’을 보여줘야 한다.

한 1등 항해사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선박에 해결사로 올라갔다. 원목선인데 목숨 수당이 없어서 선원들의 불평이 심했다. 다른 회사에는 있는 것이다. 1등 항해사는 왜 다른 선박에는 있는 원목선 목숨 수당이 없느냐고 한국의 송출 대리점에 가서 항의를 했다.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답을 들었다. 1등 항해사는 당장 실시해야한다고 했다. 전체 선원들의 목숨수당 중 자신이 절반을 낼 터이니 회사에서 절반을 내어달라고 했다. 송출회사는 본사의 허락 없이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출항하기 전 1등 항해사는 서류를 기안해서 일본의 본사에 보냈다. 1개월이 지나 본사에서 허락이 나서 소급 적용된 목숨수당을 받게 됐다. 회사는 불편했지만 이런 1등 항해사라면 외국에서 선주의 이익과 함께 선원, 선박 그리고 화물을 잘 보호할 선장으로 보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그는 선장으로 쉽게 진급 될 수 있었다.

김인현 교수 제공
동료들은 하선 후 이 선박 저 선박으로 이런 특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퍼 나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바다의 전설이 되고, 영웅이 된다. 대게는 과장이 섞여있다. 그래서 가감해서 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따분한 바다생활에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효소와 같은 존재들이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나도 들은 이야기이지만, 세 번째는 나의 이야기인데 절대 과장되지 않았다.


김인현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선장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