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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사인 ‘ATLAS’, 바닥엔 왜…‘항덕’ 이국종이 말하는 닥터헬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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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사인 ‘ATLAS’, 바닥엔 왜…‘항덕’ 이국종이 말하는 닥터헬기의 비밀

조건희기자 입력 2019-07-17 14:34수정 2019-07-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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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의 동료 의료진들은 그를 ‘항덕(항공기 덕후)’이라고 부른다.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를 비롯한 환자 수송기에 대한 전문지식은 여느 항공 전문가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음달 말 아주대병원에 새로 들여오게 된 닥터헬기의 정비 작업을 점검하기 위해 이달 1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했을 때도 ‘항덕’ 이 교수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아주대병원에 들여올 국내 일곱 번째 닥터헬기의 구조와 기능을 일행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 모습을 본 한 관계자가 “이 교수님이 (옆에 있는) 김조원 KAI 사장보다 헬기를 더 잘 아시는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이 교수는 이날 새 닥터헬기에 숨겨진 기능과 그 의미를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의 항공 의료진과 조정일 KAI 운영지원실장의 조언을 토대로 그 비밀을 살펴봤다.


#. 콜사인 ‘ATLAS’, 헬기 바닥엔 왜



헬기엔 ‘ATLAS’(아틀라스)라는 글자를 새겼다. 아틀라스는 올해 2월 4일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가리킨다. 이 교수는 윤 센터장을 지구를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 속 거인의 이름이자 사람의 1번 경추를 뜻하는 아틀라스에 빗대며 그 이름을 헬기의 콜사인으로 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콜사인은 관제 당국과 교신할 때 쓰는 헬기의 고유한 무선 호출 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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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를 새긴 위치는 꼬리 양옆과 바닥 등 총 3곳이다. 콜사인을 헬기 바닥에도 새긴 이유는 뭘까.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들것에 누운 채 하늘을 보며 헬기를 기다릴 중증외상 환자의 눈에는 헬기 바닥에 적힌 ATLAS와 아주대병원 및 경기소방본부의 엠블럼이 가장 먼저 들어오게 된다. 이를 통해 ‘구조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 길이 19.5m 거체

새 닥터헬기는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H225 기종이다. ‘슈퍼 퓨마2’라고도 불리는 이 기종은 길이가 무려 19.5m로 똑바로 세우면 웬만한 5층 건물보다 높다. 현재 운행 중인 인천과 전남 지역의 닥터헬기 2대는 중형 기종인 ‘AW-169’로 길이가 15m이고, 나머지 지역의 4대(AW-109)는 13m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의 기령(機齡)을 ‘생산 10년 이내’로 제한한 현행 응급의료법을 고쳐달라고 요구하면서까지 대형 중고헬기를 고집했다. 더 많은 의료진과 환자를 태우기 위해서다. 새 닥터헬기엔 의료진 4명과 119 항공구조대원 2명이 탑승하게 된다. 기존 헬기엔 의사와 간호사(혹은 응급구조사) 2명만 탔다. 새 헬기엔 들것을 최대 6대까지 실을 수 있고, 응급 수술 장비도 완비할 예정이다.

헬기가 충분히 큰 덕에 호이스트(권상기·捲上機)도 달 수 있게 됐다. 작은 배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이 심해 헬기를 착륙시킬 수 없을 때에도 공중에서 환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다. 이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 항공의료진은 정기적으로 호이스트를 이용한 강하 훈련을 받고 있다.


#. 파란 색 꼬리

새 닥터헬기의 머리는 하얀 색, 꼬리는 파란 색으로 도색돼있다. ‘디테일 끝판왕’인 이 교수가 색상에도 뭔가 의미를 담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그러나 KAI로부터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색상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해상 유전(油田)과 육지를 오가는 데 쓰인 이 헬기는 직전에 사용한 운송업체가 이미 꼬리 부분을 파랗게 칠한 상태였다. 대개는 기체를 완전히 다시 칠하지만 이 교수는 배경색을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작업만 마무리해 달라고 KAI 측에 부탁했다. 도색 작업에 들일 시간을 아껴 하루라도 빨리 환자 구조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 비상부주

헬기 앞뒤엔 납작하게 접힌 부주가 총 4개 장착돼있다. 혹시 헬기가 물 위에 불시착하면 이 부주가 자동으로 펴진다. 11t이 넘는 기체와 승객의 무게를 30분간 지탱하며 물 위에 떠있게 해줄 수 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가 인천 백령도 등 도서 지역으로 출동하다가 불시착할 경우에 대비한 장비다.


#. 위성 안테나

이 교수는 소방헬기에 탑승해 중증외상 환자가 기다리는 현장으로 출동할 때 공중에서 무전 신호가 잡히지 않아 카카오톡으로 지상 의료진과 교신해야 한다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새 헬기엔 이를 보완할 위성 안테나를 장착한다. 최장 1135㎞까지 비행하면서도 통신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새 헬기의 가동 범위를 감안하면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해외에서 일어난 재난 현장을 향해 출동할 때도 이 위성 안테나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서치라이트와 적외선 카메라

새 닥터헬기가 기존 6대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밤에도 출동한다는 점이다. 현재 닥터헬기 출동 시간은 해가 뜬 후부터 해 지기 전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를 시범적으로 24시간 운항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헬기 앞쪽 아래엔 서치라이트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다. 이착륙장에 조명 시설이 마땅치 않아도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항법장치도 야간 운항에 적합한 것을 장착한다. 혹시 착륙장에 시민들이 몰려있을 경우 피하라고 알리기 위해 대형 스피커도 달았다.


#. 에어컨

예산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헬기 도색도 새로 하지 않았을 정도이지만, 헬기 내부에 에어컨은 빼놓지 않았다. 통상 여객용이 아닌 군용이나 소방헬기엔 냉난방 장비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닥터헬기는 열사병 환자 등 기온에 민감한 응급환자도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수다.


#. 헬기 안 사진

닥터헬기 내부에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이 항상 볼 수 있는 위치에 윤 센터장의 사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교수가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에게 특별히 부탁해 받은 사진이다. 이 교수는 “하늘 위에서 윤 센터장이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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