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무서운 국가? 편견 깨고 싶어요” 車부품 중개 라히미얀씨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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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랍국과 달리 일부일처… 끈끈한 情-노인존경 문화 비슷
한국 국적 취득 ‘신세종’ 이름 얻어”

지난달 29일 카룬 라히미얀 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자신이 모은 이란의 전통 공예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지난달 29일 카룬 라히미얀 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자신이 모은 이란의 전통 공예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한국 사람들이 진짜 이란의 모습을 보고 오면 이란이 무섭고 폭력적인 이슬람 국가라는 편견을 깨게 될 겁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카룬 라히미얀 씨(42)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그는 진한 눈썹을 한껏 치켜뜨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하면 동행하는 한국인들에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이란을 구경시켜 주고 싶다”며 ‘민간 친선대사’를 자처했다. 라히미얀 씨의 사무실 선반에는 푸른색의 이란 전통 도자기와 고려청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고 박 대통령도 이란 방문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이란 사이에 훈풍이 불자 국내에 거주하는 이란인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동에 있는 이슬람 국가라는 이유로 ‘아랍권 강경 국가’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이번 기회에 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란은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쓰고 ‘아랍연맹’에도 속해 있지 않다.

2000년 한국으로 건너와 14년째 자동차부품 중개업을 하고 있는 라히미얀 씨는 “아직도 이란에서는 한국의 ‘프라이드’(이란 모델명 ‘사바’)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제재 해제를 예상하고 2년 전부터 자동차부품 중개업 외에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아예 이란에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도 차릴 계획이다. 라히미얀 씨는 “예전에는 한국인들에게 손을 내밀어도 이란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요즘엔 오히려 연락이 쇄도해 상황이 바뀐 걸 느낀다”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라히미얀 씨는 “한국과 이란은 정서적으로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서는 손님을 만나면 호텔 대신 자신의 집에 데려와 재우고 음식도 코스 요리로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며 한국의 ‘정(情) 문화’에 비유했다. 노인에게 존댓말을 하며 공경하는 문화도 비슷하다고 한다.

그는 올여름엔 ‘신세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도 취득한다. 한국에서 ‘새로운’ 세종대왕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가장 큰 꿈은 서울 이태원에 이란 문화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리틀 이란’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 아쉬움도 많다. 가장 큰 것은 한국인들이 이란에 대해 갖는 오해들이다. 라히미얀 씨는 일반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선 남편이 네 명의 아내를 둘 수 있지만 이란에는 “하나의 신, 하나의 심장, 한 명의 아내”라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여성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부르카’가 아니라 머리와 목만 가리는 스카프인 ‘히잡’을 쓰는 것도 아랍권과의 차이점이다.

이란에 대한 한국인의 무관심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만난 이란 유학생 에산 아지지안 씨(30)는 “이란에서는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도 ‘대장금’ ‘주몽’ 같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볼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하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이란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지지안 씨는 “한국이 이란과 전혀 관계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고대부터 페르시아와 바다를 통해 교역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가 결혼했다는 기록이 나오는 이란의 구전 설화 쿠시나메를 언급하며 “양국의 관계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만 알아도 한국인들이 이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정수 hong@donga.com·한기재 기자
#이란#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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