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주일새 9000명 중동 파병… 이란 “美 아끼는 곳 불바다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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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일촉즉발]美, B-52 6대도 작전개시 준비
핵무기-순항미사일 탑재 가능… 1979년 테헤란 억류 미국인 52명
1988년 격추 이란 민간기 탄 290명… 美-이란, 과거 숫자 거론하며 위협
美, 이라크 미군 철수설 긴급 진화

예멘서도 美-이스라엘 규탄 시위 6일(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밟고 서 있다. 시위대는 3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오른쪽)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이라크 민병대 부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나=AP 뉴시스
예멘서도 美-이스라엘 규탄 시위 6일(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밟고 서 있다. 시위대는 3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오른쪽)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이라크 민병대 부사령관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나=AP 뉴시스
미국이 중동 내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 소위 중동 ‘시아파 벨트’ 국가에서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先)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주일 만에 미군 9000명 증원

6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미군이 현재 운용 중인 전략폭격기 중 가장 큰 기종인 ‘B-52’ 6대를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파견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벌어질 때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B-52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km에 달하고 최대 32t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핵무기와 순항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는 미군의 핵심 자산이다.

이날 미국은 바탄상륙준비단(ARG) 소속 해군과 해병 4500명도 추가로 중동에 배치하기로 했다. 바탄ARG는 강습상륙함인 USS 바탄을 중심으로 독(dock)형 상륙선거함 USS오크힐, 상륙수송선거함 USS 뉴욕 등으로 구성됐다. 해외 파병 경험이 풍부한 미 해병대 제26원정단(MEU)도 여기에 속한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이 친이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지난해 12월 31일 육군 82공수사단 신속대응부대(IRF) 750명을 쿠웨이트로 보낸 것을 시작으로 약 9000명의 미군을 중동에 추가 파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이후 미군의 중동 증원 규모가 1만40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줄곧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군의 전력 증강에도 이란은 보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6일 트위터에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고 적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이란의 52개 시설을 조준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52’는 1979년 이란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이 인질로 잡혔던 사건과 관련이 있고 ‘290’은 1988년 7월 미 해군이 이란 공군기로 착각해 격추한 이란 항공기 ‘IR-655’의 사망자 290명과 연관돼 있다. 두 나라 정상이 각각 구원(舊怨)을 떠올리며 강 대 강으로 맞선 것이다. 또 7일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인 케르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다.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설 오락가락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를 향해 미 행정부가 제재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6일 이슬람국가(IS) 퇴치 다국적군 사령관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준장이 이라크군에 “이라크의 미군 철수 요구를 존중해 향후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병력을 재배치하겠다”고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수신처는 이라크 국방부의 바그다드연합작전사령부였다.

몇 시간 뒤 미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라크 철군 불가’ 방침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과 달리 현지 사령관이 이라크 의회의 요구대로 철수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워싱턴이 들끓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라크를 떠난다는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 실리 준장의 편지는 우리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동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서한은 서명조차 안 됐고 발송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가세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미국#중동#미군 증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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