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라산 ‘초속 62m’ 기록적 강풍… 문재인 대통령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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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솔릭 한반도 상륙]제주 정전사태-농작물 피해 속출
관광객 4만명 이틀째 발묶여

제19호 태풍 ‘솔릭’은 23일 새벽부터 제주지역에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쏟아부었다. 한라산 진달래밭(해발 1500m)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62m의 기록적인 강풍이 몰아쳤고, 사제비동산(해발 1450m) 주변에는 1044mm의 폭우가 내렸다. 제주시내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34.1m의 강풍과 함께 300mm가량의 비가 쏟아졌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중단돼 관광객 등 4만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번 태풍으로 제주시 한경면, 서귀포시 안덕면 등 1만34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 제주종합경기장 내 복합체육관 천장이 파손됐다. 제주시 연동과 도남동 등 시가지에서 하수가 역류했고, 서귀포시 사계해안도로, 산방산 진입도로 등에서는 월파와 낙석 등의 위험에 따라 도로통제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는 30년이 넘는 야자수가 부러지는 등 가로수 100여 그루가 넘어지거나 뿌리째 뽑혔다. 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 보강공사를 위해 쌓아 놓은 콘크리트 시설물 등 91t이 높은 파도에 유실됐다. 강풍으로 서귀포시의 토마토, 딸기 비닐하우스가 찢기고 휘어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수확을 앞둔 하우스 감귤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가지가 부러졌으며 갓 싹이 난 양배추, 브로콜리 등의 농작물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제주시 구좌읍 등지에서는 파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당근 등이 빗물에 쓸려가면서 농사를 망쳤다.

태풍 솔릭이 근접한 전남에서는 23일 강풍으로 가로수 100여 그루와 가로등 10여 개가 쓰러졌다. 진도군에서는 주택과 창고 등 4채의 지붕이 파손됐고, 폭우로 어선 2척이 침수됐다. 벼 침수와 쓰러짐도 발생해 진도 15ha, 해남 10ha, 강진 1ha 등의 피해를 입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솔릭’ 대처상황에 대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 특별교부세 지원과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미리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방 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이 임시휴교와 등하교 시간 조정 등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이날 회의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 등 17개 시도 단체장과의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2010년 큰 피해를 줬던 태풍 ‘곤파스’와 경로가 비슷한데 위력은 더 강하고, 내륙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민간기업들도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능동적인 대처에 나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24∼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태풍이 그 지역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장소나 일정 조정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늦추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진도=이형주 / 문병기 기자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제주도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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