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前 지은 건물들 ‘드라이비트 외벽’ 여전히 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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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연재 의무규정 소급적용 안해… 카펫 등 바닥재는 아예 규제 없어

21일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단열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1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참사 이후 규제가 강화돼 2016년 4월 이후 신축 빌딩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카펫 등 건축물 바닥에 깔린 마감재가 난연재(難燃材) 의무 사용 대상에서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지난해 이전 착공 주택은 모두 시한폭탄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월 지상 6층, 높이 22m 이상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나 준불연재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문제는 이 법이 지난해 4월 이후 신축된 건물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 지어진 지상 29층 이하 건물에 대해서는 외장재 관련 규제가 전무하다.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지상 8층 규모이지만 개정안 시행 이전인 2011년에 지어져 드라이비트 외벽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정부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는 기존 건축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물 마감재를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0층 건물 한 동의 외장재를 모두 바꾸려면 35억 원가량이 든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비용 문제가 크다면 불길의 층간 확산을 막는 방화띠를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공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들이 외장재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에 대한 단속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1일 국토부가 지난해 4월 이후 착공된 6층 이상 건축물 신축현장 7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부실시공 현장 38곳이 적발됐다. 인테리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감재를 만드는 영세업체들 간의 출혈경쟁으로 성능 미달의 마감재가 유통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 바닥재도 화재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

건축물 바닥재가 난연재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벽과 천장은 난연재로 시공해야 한다. 바깥으로 통하는 복도나 계단 등도 불연재나 준불연재로 지어야 한다.

반면 실내 바닥은 이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바닥 뼈대인 시멘트에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빌라, 식당 등에서 카펫이나 나무 바닥재가 흔하게 쓰이고 있어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역시 사망자 대부분이 나온 2층 목욕탕 탈의실 등의 바닥재가 나무 등 불에 약한 소재가 섞여 있었다. 밖에서 붙은 불이 순식간에 실내로 번졌기 때문에 바닥재도 전소했으면 피해는 더 클 수 있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내는 바닥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난연재로 마감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정성택 기자
#드라이비트#외벽#화재#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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