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랩 1기’ 16팀 졸업…‘될성부른 벤처’ 키우기 본궤도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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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 2부]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1>삼성그룹 대구-경북혁신센터

지난달 31일 경북대 IT융합산업빌딩 507호 ㈜이대공 사무실에서 이대공 대표, 최주원 웹디자이너, 김원구 마케팅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쪽 사진 왼쪽부터). 같은 날 대구 동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김정호 제이에스이 대표(아래쪽 사진 왼쪽)와 안신영 재미컴퍼니 대표. 대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지난달 31일 경북대 IT융합산업빌딩 507호 ㈜이대공 사무실에서 이대공 대표, 최주원 웹디자이너, 김원구 마케팅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쪽 사진 왼쪽부터). 같은 날 대구 동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김정호 제이에스이 대표(아래쪽 사진 왼쪽)와 안신영 재미컴퍼니 대표. 대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 박근혜 정부는 이달 25일 임기 반환점을 돈다. 동아일보가 한국 산업 현장을 뛰는 기업인들과 경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는 ‘박근혜노믹스’를 구현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시간(골든타임)이 앞으로 1년 남았다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을 위한 제언을 7월 27, 28일자로 보도한 데 이어 2부로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 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고 해법을 찾아봤다.》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북구 경대로 경북대 IT융합산업빌딩 507호. 185cm가 훌쩍 넘는 30대 젊은이가 비즈니스맨에게 어울릴 법한 가방 하나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기능성 가방 전문 스타트업 ㈜이대공을 설립한 이대공 대표(34)였다. 그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것은 서울 지역 한 생산업체 사장이 가져온 시제품.

모델 출신인 이 대표는 2014년 회사를 세운 뒤 그해 11월 ‘존규’라는 가방 브랜드를 선보였다. 개인 회사로 운영되던 이대공은 지난해 12월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랩 1기’ 멤버로 선정됐다. C랩은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의 약자로 대구센터와 삼성그룹이 벤처기업들에 독립된 근무 공간과 일정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대공은 대구센터로부터 초기 창업비용 2000만 원 외에 2억 원이 넘는 추가 투자를 받았다. 6월 C랩을 졸업한 뒤에도 ‘포스트 C랩’ 지원 대상이 돼 지난달 초 IT융합산업빌딩에 입주한 상황. 지난달 11일에는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 온라인 판매사이트(www.johngyu.com)도 새롭게 단장했다. 올해 매출액은 7억∼8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 스타트업 요람으로 자리매김

지난해 9월 15일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대구센터는 6월 C랩 1기 스타트업 18개 팀 중 16개 팀을 졸업시켰다. 2개 팀은 당초 대구센터가 내건 조건인 ‘법인 설립’에 소극적이거나 창업 아이템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삼성그룹과 대구시가 C랩 1기에 투자한 금액만 10억6000만 원. 게다가 졸업 팀 중 이대공을 포함한 5개 팀은 보증금 등 추가 지원을 받아 경북대 IT융합산업빌딩에 입주했다.

대구 동구 동대구로 대구무역회관 13층에 765m²(약 232평) 규모로 마련된 대구센터 C랩에는 지난달 1일 2기 18개 팀이 둥지를 틀었다.

‘재미(Gemmy) 컴퍼니’ 안신영 대표(45)는 1999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벅스뮤직’ 창업 멤버로 들어갔다. 안 대표는 2009년 직접 대중음악 작곡가로 데뷔한 뒤 창작물을 발표하려면 높은 재정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저작권 기반 업로드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사업모델의 출발점이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음원이나 음반을 제작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등록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창작물을 발표하고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였다. C랩 입주 전날인 6월 30일 법인을 설립한 재미 컴퍼니는 현재 5명이 일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저작권법에는 ‘모든 창작물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효된다’고 나와 있지만 사실 예비 창작자들은 자신의 곡을 발표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며 “재미 컴퍼니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런 창작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음악 시장의 다양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연고가 없는 안 대표는 다음 달 6일 대구센터 측에서 기숙사로 제공한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과학영재학원을 운영 중인 김정호 제이에스이 대표(43)는 C랩 입주와 동시에 계명대 환경계획학과 졸업을 앞둔 구민성 씨(26)를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2013년 3월 설립된 제이에스이는 ‘친환경 고온증기식 토양소독기’ 제조업체. 김 대표의 아들 유준 군(중3)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땅에 있는 벌레들을 전기 충격이나 고온 수증기로 죽이면 식물들이 더 잘 자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김 대표는 청산 직전이었던 대구지역 한 방역업체에서 기술인력(현 대구 공장장)을 영입해 농업용 시제품을 만들었다. 어린이 놀이터용 제품은 벌써 4대나 판매했다.

○ 패션 소재 부문의 모범적 협력 모델

대구는 전통적으로 섬유 산업 중심지였다. 대구센터는 패션 소재 관련 지역 중소기업들과 삼성그룹 패션 계열사인 제일모직 간 협업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역 연구기관인 다이텍연구원(구 한국염색기술연구소)이 있다.

5월 29일 대구센터, 산업통상자원부, 대구시, 제일모직, 다이텍연구원, 삼일방(20개 지역 협력업체 중 하나)은 섬유패션 분야 대중소 상생협력 및 스마트 공장 확산을 위한 ‘C-패션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말 제1차 창조경제운영위원회에서 ‘대구센터 운영방안’ 중점 과제로 논의된 ‘지역 전통산업의 고도화 및 창조산업화’의 첫 번째 결과물이었다. 지역 업체들은 패션 산업 고도화를 추진 중인 제일모직에 기술을 제공했다. 제일모직은 이들 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센터는 향후 5년간 100개 지역업체를 발굴할 방침이다. 9월부터 1차 지원 대상인 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상품기획 및 기술개발과 관련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제일모직과의 협력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선일 대구센터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개방형 혁신’”이라며 “대기업, 지역 중소기업, 스타트업, 센터 등이 힘을 합친다면 국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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