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1호 人事 실패’ 언급 없이 “공직자 기강 바로 세우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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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대통령, 직접 대국민 사과

무거운 표정의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공개 사과를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무거운 표정의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공개 사과를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공직기강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1호 인사’의 단추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 77일 만의 대통령 공개 사과

정권 출범과 함께 시작된 ‘인사 참사’ 논란 속에서 박 대통령은 긴 침묵을 지켰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이 3월 30일 대변인을 통한 17초짜리 대독(代讀) 사과를 하면서 오히려 후폭풍이 일었을 때도 박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 박 대통령은 4월 12일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 식사를 하면서 부실 인사에 대해 사과했다. 여론을 쫓아가기보다는 여론이 충분히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박 대통령 특유의 ‘뜸 정치’였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방미 기간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10일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12일 허 비서실장→13일 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사과 릴레이’가 나왔다. 물론 이 홍보수석이 처음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셀프 사과’ 논란을 불러 비서실장과 대통령까지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체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체 없이 사과함으로써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는 취임 77일 만에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취임 86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수회사 ‘장수천’ 문제로 취임 92일 만에 사과한 것과 비교하면 공개 사과 시점이 더 빠르다.

원칙을 중시하는 여성 대통령의 대변인이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성폭력을 비롯해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을 척결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자칫 국정 기조마저 희화화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움츠린 ‘어공’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는 물론이고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 비서실장은 곽상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방미단의 전체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 보고, 이에 맞춰 순방 매뉴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성추행 의혹과 무관하게 윤 전 대변인이 저녁 시간부터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직자의 복무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는 출장 시 복무규정 매뉴얼을 만들어 사전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현지에서의 과도한 음주 등과 관련해 공직 기강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실 차원에서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지침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 단속부터 나서야 할 처지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변인의 ‘상식 밖 행동’으로 청와대의 ‘말발’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대선 후 청와대에 들어가 ‘완장’을 차게 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호가호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허 비서실장이 ‘비서실 직원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에서 “앞으로 청와대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어공’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허 비서실장은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에게 “방미단의 전 일정을 리뷰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방미단 홍보라인 전원 조사를 벌이고 있다.

○ 홍보수석 경질 분명치 않아

박 대통령이 ‘윤창중 파문’을 계기로 수첩인사, 밀봉인사로 불린 ‘폐쇄적 인사 스타일’을 바꿀지도 주목된다. 귀국 직후인 10일 사의를 표명한 이 홍보수석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분명한 경질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혹시 이 수석의 사의를 반려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홍보라인을 어떻게 새롭게 꾸리느냐가 ‘윤창중 파문’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의 씨앗’이 될지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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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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