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D-23… 분당을 때아닌 ‘철새 논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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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孫, 철새도 아닌 월세”… 강재섭 “姜, 대구4선이 왜”

4·27 재·보궐선거에서 때 아닌 ‘철새’ 논쟁이 한창이다.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예비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는 요즘 ‘15년 분당사람’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내걸고 분당을 누비고 있다.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자신과 달리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보선 출마를 위해 느닷없이 이곳에 전입한 처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손 대표가 분당을 출마를 선언한 지난달 30일부터 손 대표를 ‘철새’라고 비판하고 있다. 배 대변인은 “2007년 대선 때엔 당적을 바꾸더니 지역구도 처음 경기 광명(14, 15, 16대 의원)에서 종로(18대 총선 출마)로, 이제는 분당으로 옮겼다”며 “‘철새 정치인’의 전형적인 행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강 전 대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철새도 아니고 월세로 살다 가겠다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손 대표 측 핵심 측근은 3일 “대구에서 내리 4선을 지낸 강 전 대표가 갑자기 분당을에 출마하겠다고 떼를 쓴 것이야말로 철새 행보”라고 역공했다. 이 측근은 “당의 요구에 따른 손 대표의 대승적 결단과 강 전 대표가 ‘나홀로’ 갑자기 지역구를 바꾼 것 중 무엇이 철새 행보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지도부 발언, 논평 등을 통해 MBC 사장 출신의 엄기영 한나라당 예비후보를 겨냥해 ‘철새 행보’라고 공격하고 있다. “도지사를 하겠다고 (자신을) 탄압했던 한나라당을 택한 행보야말로 철새의 전형”(황희 부대변인)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휴일인 3일 분당을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철새 논쟁에 대해서도 정당별 지지성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분당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 씨(55·수내3동)는 “손 대표가 연고도 없이 갑자기 분당에 온 반면 강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다”며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하는 데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자역 근처에서 산책을 하던 송모 씨(59·정자1동) 는 “손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못될 것 같으니 뛰쳐나간 사람이다. 그렇다고 강 전 대표가 리더십이 있는 정치인인지도 의문”이라며 “딱히 맘에 드는 사람은 없지만 투표할 땐 누군가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여당 후보로 거론돼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했으니 민주당 손 대표에게 승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구미1동 까치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40·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를 찍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정 전 총리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의 김모 씨(39·여)는 “분당이 보수적인 동네지만 손 대표가 인물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투표율이 분당을 선거의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선거전이 불붙지 않아서인지 시큰둥한 반응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이아영 씨(19·수내3동·여)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 걱정이지만 정치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면서 “학교에서도 이번 선거와 관련해 얘기를 나눠본 일이 없다”고 했다.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외출하던 직장인 권모 씨(39·구미1동)는 “여당이고 야당이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고 아직까지 관심도 없다”며 “투표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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