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뛰면 한나라 득표율 상승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국내도 ‘경제투표’ 현상… 영-호남은 영향 작아
2000~2008 전국 아파트 가격-7차례 선거 상관관계 분석

서울 등 수도권에선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대체적으로 보수성향 정당인 한나라당의 득표율도 올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가 2일 미국 플로리다대 정치학과 박원호 교수(40)와 함께 2000∼2008년에 치러진 7차례 선거와 선거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득표율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정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남과 호남 지역보다는 수도권에서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왔다. 조사 대상 선거는 2차례의 대선, 3차례의 국회의원 총선, 2차례의 지방선거(광역단체장과 광역비례선거 기준)이다.

반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민주당(과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포함)의 득표율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 사이 아파트 평균값이 3.3m²당 100만 원 미만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8.2%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서초구 잠원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에서 집값과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대선에서도 16대와 17대 대선에서 아파트 값이 100만 원 미만 오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17.6%포인트 하락했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25.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선거 당시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대체적으로 유권자의 보수적 표심(票心)을 자극해 한나라당 득표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아파트 가격의 변화가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일종의 ‘경제 투표(Economic Voting)’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영호남 지역에서는 아파트 값 변화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덜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경제지표보다는 지역 정서가 여전히 더 중요한 투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권자들이 경제상승률, 물가,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경제 투표를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광범위하게 보고된다”며 “한국에서 아파트 가격은 유권자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말했다.

한편 분석대상인 7차례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평균 45.7%, 민주당은 35.1%를 득표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나라당은 경북에서 가장 높은 평균 66.5%를 득표했고, 민주당은 광주에서 가장 높은 75.8%의 평균 득표율을 보였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경제투표 (Economic voting)::

유권자가 성장률, 물가, 집값, 소득수준, 세율 등 특정 경제지표를 토대로 투표하는 행위. 거시경제 지표뿐 아니라 개인적인 경제사정에 의한 투표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역정서, 혈연, 이미지, 정당 일체감 등에 의한 투표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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