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사승]신문사, 뉴스종합생산 기업으로 변신을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신문발전위원회가 위기의 신문 구하기를 공개 이슈로 제기하고 나섰다. 신문산업 도우기에는 줄곧 무관심하던 야당에서도 거들고 있다. 평행선만 걷는 정치권의 미디어 구조개혁 논의에 자극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부 신문사는 이미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답을 구하지 못하면 신문저널리즘, 아니 저널리즘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은 괜한 두려움이 아니다. 그러나 시야를 넓게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미디어 구조개혁 어떻게 할까

신문(newspaper)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 지난해 10월 미국 고급지의 기수로 꼽히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주중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미국신문편집인협회(American Society of Newspaper Editors)는 ‘newspaper’를 ‘news’로 대체해 협회 명칭을 미국뉴스편집인협회(American Society of News Editors)로 변경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회사 이름을 ‘워싱턴 포스트 미디어’로, 영국의 가디언은 ‘가디언 뉴스페이퍼’에서 ‘가디언 뉴스 앤드 미디어’로 바꾸었다. 역시 ‘신문’이라는 글자를 빼버렸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댄 보글러 편집국장은 ‘파이낸셜 타임스는 신문사가 아니라 뉴스생산조직’이라고 잘라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아서 설즈버거 회장은 플랫폼 중립(platform neutrality)이 뉴욕타임스가 가는 길이라고 선언했다. 신문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비롯해 어떤 매체에든 뉴스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사는 이제 종이에 뉴스를 인쇄하는 기업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언론학자 필립 메이어는 2044년에 종이신문이 끝날 것이라고 했지만, 작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한 미래학자는 종이신문이 2014년에 끝날 수도 있다는 급진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닷컴 짐 브래디 편집장은 중소 신문들은 조만간 종이를 내려놓고 온라인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라인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신문들이 택한 새로운 이름이 ‘미디어’라는 포괄적 단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융합적 속성에 맞추어 보면 매체 중심적 사고, 그것도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 중심의 구분론은 더는 의미가 없다. ‘와해혁신’의 주창자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디지털시대 뉴스기업 생존의 핵심은 뉴스정보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다각화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의 구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기업의 업태는 종이신문 제작업이 아니라 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재가공해 다양한 형태의 뉴스정보를 서비스하는 뉴스 제작 및 공급업이다.

종이 매체의 범주 뛰어넘어야

플랫폼 중립적 접근의 필요성은 시장지배적 신문사와 시장열세적 신문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성숙산업으로서 신문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뻗어나갈 곳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나마 기존 시장도 침체일로에 있다. 메이저 신문사에는 전략적 고민이지만, 마이너 신문사에는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다. 시장점유율은 회복 기미도 없는데 시장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그동안 인력 감축으로 버텨왔지만 제 살 깎기 전략은 한계를 넘어섰다. 메이저나 마이너 모두에게 현재의 신문산업 구조는 실효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요컨대 신문산업에 관한 논의는 종이신문이라는 매체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뉴스산업은 설명하기가 고약한 분야다.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한, 뉴스기업의 이윤 추구를 말릴 수 없다.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윤과 함께 기업성과의 골간인 사회적 가치는 시장구조나 시장전략을 기반으로 얻어진다. 정론이라는 사회적 효용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구조와 시장전략 수행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수신문이나 진보신문 모두 시장실패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전략과 시장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의 유수한 신문들이 ‘종이’를 버리고 플랫폼 중립의 미디어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은 뉴스산업의 구조 변화이며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이런 이유로 신문발전위원회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접근을 시도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나갔다가 결국 실패하고 만 지난 정부의 패착을 떠올리기 바란다. 기저가 허물어져 가는 뉴스산업의 하부구조를 재건한다는 생각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전체 미디어산업의 구조적 관점에서, 신문기업이 아니라 뉴스기업의 관점에서, 시장구조와 시장전략 연계성의 관점에서, 사회적 성과의 효율성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말이다. 물론 이 모든 논의들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인한 불가피한 현실인 미디어 융합의 논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위급에 눈이 멀어, 큰 판을 그려내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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