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기관지는 지금 “SOS”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1주 2주 3주… “콜록콜록”

기침 왜 이리 오래 갈까

군○○, 강○○, 건○○, 마른○○, 밭은○○, 헛○○.

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낱말은 무엇일까.

정답은 ‘기침’이다. 마른기침, 밭은기침, 헛기침은 들어봤어도 군기침, 강기침, 건기침은 낯설다. 군기침은 헛기침처럼 인기척을 내기 위해 일부러 하는 기침을 말한다. 강기침과 건기침은 마른기침처럼 가래가 나오지 않는 기침을 뜻한다.

집에서 기침 소리가 심하게 나는 때다. 한겨울 날씨가 약간 풀리면서 기침을 많이 하게 된다.

막 잠들려고 할 때 나는 기침은 너무 괴롭다. 기침을 심하게 할 때면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처럼 아프고 눈물까지 찔끔 난다.

사실 기침은 우리 몸에 필요한 생리현상이자 반사작용이다. 외부로부터 이물질이 폐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다가 사레가 들리면 심하게 기침이 난다. 기도로 잘못 들어간 음식물을 기도 밖으로 빼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 기침이다. 갑자기 먼지가 많은 곳에 가도 기침이나 재채기가 난다. 이 또한 먼지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인체 반응이다.

기침은 기관지 내에 축적된 분비물(가래)을 배출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노인들이 추운 겨울철에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침을 못해서다. 기침을 할 수 있는 기운이 없어 가래 배출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폐렴이 심해져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기침의 방어 작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문제는 기침이 길어지는 경우다.

감기에 의한 기침은 길어도 한달을 넘기지 않는다. 오래 가는 만성기침은 감기에 따른 합병증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이 생겼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만성기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성기침의 첫 번째 원인은 ‘후비루 증후군’이다. 코에서 생긴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을 유발하며 만성기침의 중요한 원인이다.

목 뒤로 뭔가 넘어가는 듯한 느낌, 킁킁 하면서 뭔가를 목에서 뱉어내려는 증상이 동반된다. 콧물과 코막힘이 동시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목에 뭔가 걸려있다는 느낌이 계속 있기 때문에 이를 없애려고 ‘킁킁’ ‘음음’하는 소리를 내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기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이런 환자는 최근에 감기를 앓았다거나 알레르기성 비염, 급성 혹은 만성 부비동염(축농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비염, 부비동염을 치료하면 기침은 저절로 낫는다.

만성기침의 두 번째 원인은 기관지 천식. 어린이가 오랫동안 기침을 할 때 가장 흔한 원인이 천식이다. 보통 천식하면 ‘쌕쌕’하는 소리(천명음)를 내거나 심하게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기침만 동반되는 천식도 있다.

천식 치료는 쉽지 않다. 천식을 잘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집 먼지,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이 대표적인 원인물질로 꼽힌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찬 공기와 매연, 공해 등도 천식을 유발한다. 찬바람을 쐬면 바로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집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안 공기도 항상 훈훈하고 건조하지 않게 유지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이나 만성기관지염도 만성기침을 유발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들어갔던 음식물이 식도로 다시 역류하면서 신물, 속쓰림 증상이 생기는 것. 이때 위산이 목을 자극해 기침을 유발한다. 목이 쉬기도 하고 이물질이 있는 느낌이다.

초콜릿, 튀김, 커피, 술, 박하, 후추는 위식도 역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한다. 과식하지 않고 여러 차례 소량씩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만성기관지염은 담배를 오랫동안 피운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가래 섞인 기침이 2개월 이상 간다면 만성기관지염일 가능성이 높다. 가래는 아침에 많이 나오는데 하얀색 혹은 약간 노란색으로 나타난다.

치료는 기침을 억제하면서 가래 농도를 묽게 해 뱉기 쉽도록 해주는 약물을 쓴다. 금연은 필수. 물을 많이 먹어 가래가 쉽게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침이 나는 기간이 너무 길고 정도도 심하다면 폐렴, 폐결핵, 폐암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피가 섞인 가래가 배출된다거나 갑작스러운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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