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代議민주주의와 法治 회복이 6·29정신이다

  • 입력 2008년 6월 30일 00시 35분


21년 전 어제, 국민의 민주 함성에 놀란 전두환 독재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요구를 수용했다. 6·29민주화 선언이다. 이 선언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었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발전의 거보를 내디뎠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룩한 이날을 기념하고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많은 국민은 지금 혼란에 빠지고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다. 6월 항쟁 대열에서 정론(正論)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고 자부하는 본보 역시 그렇다.

연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폭력시위를 부추기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폭도의 벗’이기를 자청하는 듯한 민주당은 물론이고 ‘친박연대’ 같은 일부 정치권 인사들과 지식인들까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제2의 6·29 항복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6·29정신을 아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6·29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독재자의 손에서 국민의 손에 되돌려준, 대의(代議)민주주의와 법치(法治)의 회복을 상징한다. 그러나 지금의 불법폭력시위세력은 6·10과 6·29의 이름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법치를 조롱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노래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설 자리에 ‘길거리 코뮌(인민 자치)’을, 법치의 자리에 무정부(無政府)를 앉히려 하고 있다.

법치와 대의민주주의는 일란성 쌍둥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대의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지난 주말 시위는 법치가 실종된 자리에 어떤 폭력이 들어서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외국인 손님을 만나려고 서울 중구 태평로의 코리아나호텔에 갔던 30대 여성은 호텔 유리창을 깨는 시위대를 나무라다 “네가 이명박 첩년이냐. 이 ××년아”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고, 광화문의 한 음식점 여주인은 가게 간판과 집기를 때려 부수는 시위대에 “제발 물건은 건드리지 말라”고 호소하다 “××년아, 입 닥쳐”라는 폭언에 몸을 떨어야 했다. 법치가 무너지면 광장은 공포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13년간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죽음과 싸워야 했던 옛 소련의 반체제 인사 나탄 샤란스키는 저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누구든 광장 한가운데서 두려움 없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자유사회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포사회”라고 했다. 2008년 6월의 세종로와 광화문은 어떤 광장인가. 대한민국은 이제 거리와 광장뿐 아니라 전자민주주의의 보루라는 인터넷 공간에서조차 보복과 테러를 두려워해야 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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