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2008 +10&-10]생활속 에너지절약 지혜<14>

  • 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공회전…매연속에 날리는 돈

11일 오전 7시 반 서울 은평구 신사동 A아파트 지하주차장.

출근길에 나서는 주민들이 속속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고 출구로 빠져나간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자신의 현대자동차 ‘아반떼’에 시동을 건 뒤 10초도 되지 않아 출발했다.

뒤이어 내려온 30대 후반쯤 되는 남성은 검은색 현대차 ‘그랜저’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서는 다시 내렸다. 재킷을 벗어서 뒷좌석 옷걸이에 건 뒤 트렁크에서 먼지떨이를 꺼내 차를 닦았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그랜저의 배기구를 통해 나온 메케한 미(未)연소 배기가스가 지하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장시간 주차 후 시동을 걸었을 때는 엔진이 차가워 연료소비효율이 낮기 때문에 달릴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차종에 따라 분당 25cc에서 36cc가량의 연료가 들어간다.

5분간 공회전을 한 30대 남성은 150cc 정도의 연료를 낭비한 셈이다. 돈으로 따지면 255원이다. 연간 300일을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7만6500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시동 때 공회전은 겨울철에는 1∼2분, 여름철은 10∼15초면 충분하다”며 “1분 이상 정차할 때도 즉시 시동을 끄면 생각보다 많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첫 시동 때 공회전으로 날아가는 비용은 연간 225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연료 낭비가 1530억 원이며, 이로 인한 환경오염물질 2200t을 처리하는 비용이 720억 원이다.

휘발유 승용차를 기준으로 하루 5분씩 공회전을 줄이면 최소한 연간 평균 5만 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1643만 대로 따지면 연간 5000억 원 이상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연간 100만 t 이상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연료 낭비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공회전을 제한하는 조례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단속 실적은 미미하다.

서울시 조례에는 터미널과 차고지 등 공회전 제한 장소에서 휘발유 차량은 3분, 경유 차량은 5분 이상 공회전이 금지돼 있다. 기온이 영상 5도 미만이거나 영상 25도 이상은 10분까지 허용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말까지 3년간 공회전 위반 차량을 13만7766건 적발했지만 과태료(5만 원)를 물린 건수는 23건에 불과하다. 단속을 하려면 운전자들이 출발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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