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꿈 ‘억대 연봉자’ 살펴보니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외국어-전문성-인맥 몸값 ‘3박자’

금융-전자-IT업종 順

평균 나이는 44.9세

경영-기획-전략 파트

141명으로 가장 많아

■ 본보-커리어케어 677명 분석

한 벤처기업 전략실장이던 A 씨는 최근 억대 연봉을 받고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으로 이직(移職)했다. 이 회사가 억대 연봉을 제시한 것은 A 씨의 경력이 자사(自社)의 신사업과 일치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의 전략적 마인드와 기획력, 추진력 등이 탁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봉은 직장 선택과 이직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직장인들의 이직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요즘은 ‘억대 연봉’이 높은 급여의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직장 근로자 1117만4872명 가운데 세전(稅前) 기준으로 월 1000만 원(연간 1억2000만 원) 이상을 받는 직장인은 모두 9만6324명(0.86%)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포함되긴 했지만, 산술적으로는 직장인 116명 가운데 1명꼴로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헤드헌팅업체인 커리어케어와 함께 커리어케어 회원(10만여 명) 중 연봉 구간대별로 직장인 1만2010명을 추린 뒤 이들이 제출한 이력서를 통해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 금융권에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아

40개 업종에 속한 직장인 1만2010명 가운데 억대 연봉자는 모두 677명(0.56%)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44.9세였다. 남성이 646명, 여성이 31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종별로는 금융권이 99명으로 전체 억대 연봉자(677명) 중 14.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기·전자·반도체 분야가 98명(14.5%)으로 간발의 차로 2위였고, 이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55명(8.1%) △건설·토목·건축 분야 49명(7.2%) △도소매, 유통, 무역 45명(6.6%) 등의 순이었다.

직무별로는 77개 직종 가운데 ‘경영, 기획, 전략’ 파트가 141명의 억대 연봉자를 배출해 가장 많았다. 이어 ‘영업, 영업관리’와 ‘마케팅, 마케팅 기획’ 분야에서 일하는 억대 연봉자가 각각 62명(9.2%)씩이었고, 보험 및 투자분야 업무 종사자도 45명(6.6%)에 이르렀다.

이 밖에 억대 연봉자의 직종은 △최고경영자(CEO)나 임원(41명) △경리, 회계, 세무(39명) △전기·전자 분야(33명) △경영분석·컨설팅(28명) △토목·건축(25명) 등의 순이었다.

커리어케어 측은 “이번 조사는 이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여서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고액 연봉자의 현주소를 보여 줄 것”이라고 밝혔다.

○ 외국어, 전문성, 인맥 관리가 중요

최근 억대 연봉을 받고 외국계 수입자동차 회사의 지역총괄 매니저로 이직한 L 씨.

국내 대학 출신인 그는 한 자동차회사에서 수출 관련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해외 판매법인, 수입자동차 회사 등으로 몇 차례 이직을 하면서 고액 연봉자 대열에 올랐다.

L 씨는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고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 연봉과 직급의 유연성이 높은 외국계 회사로 옮기면서 ‘몸값’을 높인 셈이다.

장혜선 커리어케어 이사는 유창한 외국어, 전문성, 인맥 관리 등을 억대 연봉을 받는 핵심 요소로 꼽았다.

정 이사는 “연봉이나 인센티브 면에서 대체로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나은데,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국내 기업으로밖에 이직할 수 없다”며 “그만큼 연봉 1억 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고액 연봉을 받는 지름길이다.

이번 조사에서 전기·전자·반도체, 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 종사자가 억대 연봉 직군에 많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맥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 한 중견 제약사는 대형 제약사의 마케팅팀장 K(37) 씨를 1억 원대 연봉으로 스카우트했다. K 씨는 의료 관련 학회와 교수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확실한 인맥 관리로 유명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영업 현장은 인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K 씨의 인맥이 곧 제약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을 보장한다고 볼 수 있어 억대 연봉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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