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역사에서 논술의 길 찾기]단군은 정말 실존했을까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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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한다’ → ‘건국했다’… 뒤바뀐 국사교과서 내용

신화에서 역사의 인물로… 단군은 정말 실존했을까

《단군! 신화 속 인물인가? 실재인물인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은 국사시간에 새로운 사실을 배울 것이다.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내용 일부가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수정 내용은 ‘기원전 2000년경에서 기원전 1500년경에 한반도 청동기 시대가 본격화됐다’와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하였다’이다. 》

2006학년도 교과서만 해도 고조선 건국과정은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의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단군 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기원전 2333년)’라고 기술되어 있다. 달라진 점은 ‘∼고 한다’는 세 글자가 빠진 것이다. 이는 청동기 시대 시작 연대를 500년 앞당기고, 단군신화를 역사로 편입시킨 것이다. 수정판 교과서는 고고학계의 연구 성과를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단군신화를 역사로 편입시킨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동기 시대 유적 가운데 기원전 15세기에서 기원전 13세기까지 올라가는 유적들에 관한 보고이다. 강원 정선 춘천 홍천, 경기 가평, 경남 진주 등지에서 최근 출토된 유물 등이 그것인데, 이를 근거로 한반도에 청동기 문화가 전래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이 고조선 건국 장소인 중국 요동지역의 청동기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있는데, 한반도 청동기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1993년 북한에서 발굴된 단군릉에 대한 실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평양 강동 지방에 단군릉이 있었다는 ‘숙종실록’ 등 문헌 기록과 ‘출토된 인골의 연대 측정 결과가 단군조선이 개국한 기원전 2333년과 비슷하다’는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단군릉을 발굴하고 단군의 실체를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서울대 신용하 교수는 최근 단군릉을 발견한 북한 고고학계의 발굴보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단군이 기원전 3000년쯤의 실존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2007학년도 고교 1학년용 국사교과서부터 고조선의 건국과정을 공식 역사로 편입하고, 한반도의 청동기 보급 시기를 최대 1000년까지 앞당긴 것은 한반도 최초 국가인 고조선의 역사를 비롯한 우리 고대사를 실증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한민족의 기원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한반도 역사 왜곡에 맞서는 한편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으로 역사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군신화의 역사 편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하지 않다. 강단사학자들은 “단군조선은 역사가 아닌 신화일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남한 역사학계는 발굴된 단군릉은 돌로 석실을 만들고 흙으로 덮은 석실봉토분으로 5세기 뒤 고구려에서 나타난 전형적인 무덤양식이라며 의문을 제기하였다. 개축의 흔적이 없는 단군릉에서 어떻게 고구려 시대의 유물이 출토됐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단군릉은 역사가 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들은 단군에 관해서도 ‘역사적 상황을 담고 있는 신화’로 간주한다. 단군신화는 실존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사실(史實)을 추출해 내는 것은 역사가의 몫으로 신화 자체가 바로 역사로 치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단군 영정은 민족 시조로서의 상징일 뿐 고조선을 건국한 특정 인물 단군을 그린 것은 아니다”라며 “단군 동상 역시 이런 의미에서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또한 청동기 시대 유적 가운데 기원전 15세기에서 기원전 13세기까지 올라가는 유적들에 대해서는 학계의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중국 동북지방 청동기 시대의 전형적 유물인 비파형 동검과 반달칼, 그리고 미송리식 토기 등이 사용되던 시기는 기원전 10세기부터 시작, 기원전 8∼7세기경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중국 및 우리 고고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고조선사 수정 과정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다는 목적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가 정치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동북 공정 문제를 우리가 학계의 연구 성과와는 무관하게 연대 끌어올리기로 졸속 대응하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하였다. 사실 한민족평화재단 대표는 일본은 전범자들을 자국의 영웅으로 치켜세우기 바쁘고, 중국은 ‘동북공정’을 앞세워 우리나라의 고구려, 더 멀리 단군조선마저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강대국들의 정신적 공세에 대응해 하루 빨리 환웅과 단군을 단순히 신화가 아닌 역사 속 주인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중국사회과학원이 펴낸 ‘열국지-한국’에서 “한반도 최초의 국가, 고조선은 한국사”라며 한반도 최초의 고대국가를 고조선으로 못 박았다. 실제 건국 연대는 확실치 않다는 단서와 함께 기원전 2333년 건국했다는 단군신화도 소개했다. 이는 한국사 고대사 왜곡을 주도한 변강사지연구중심 학자들의 주장과 연구 결론을 상급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부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심화학습〉

북한은 단군릉의 발견을 근거로 단군신화가 역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본문에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단군신화가 역사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지 토론해 봅시다.

■1993년 북한이 발굴한 단군릉 진위 논란

北 “고조선의 연대 5011년전으로 끌어올려”

우리학계 “북의 역사적 정통성 주장위한 쇼”

단군이 고조선의 건국 시조라고 밝힌 최초의 책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이다. 이후 ‘제왕운기’ 같은 책에서도 단군을 우리 역사의 맨 첫 머리에다 올려놓았다. 이후 단군에 관한 기록은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는데 특히 강동 소재의 단군릉에 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그 속에는 숙종 시절 강동의 단군묘와 평양의 동명왕묘의 수리를 승인하는 내용이 있다. 북한에서 발굴한 단군무덤이라고 하는 무덤이 바로 이것이다. 1936년 일제강점기 강동군 인사들이 단군릉 수호회를 조직하고 기적비까지 세우기도 했는데 현재 이 석비는 개건된 단군릉의 입구에 개건비와 마주 보고 서 있다.

북한의 단군릉 발굴 후 발표에 의하면, 단군릉에서 발견된 뼈는 모두 86개이다. 단군의 뼈가 42개이고 단군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뼈 12개가 나왔다. 나머지는 성별 구분이 어려운 뼈라고 한다. 이 뼈를 절대연대측정법에 의해 분석한 결과 1993년 현재 5011년 전이라는 연대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군조선의 건국연대를 기원전 2333년으로 보고 있으니,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단군이 686세에 나라를 세운 것으로 되어 단군조선의 건국연대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에 대한 북한학계의 답변은 이렇다.

“단군기원이 기원전 2333년이란 것도 고조선 건국일이 요임금 즉위 50년 뒤라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하는데, 이는 중국보다 앞설 수 없다는 사대주의 때문에 중국과 동시기로 놓은 것이다. 단군의 건국 연대는 기원전 3000년대 초로 보아야 한다.”

이처럼 북한학계는 단군릉 발굴을 계기로 고조선의 연대를 5011년 전으로 끌어올렸다. 또 고조선의 강역에 관해서도 종래의 ‘요녕설’을 뒤엎고 ‘평양설’을 들고 나왔다.

종래 북한학계는 단군신화 속에 반영된 역사상을 고조선에서 정치권력이 성립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근거인 동시에,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신화라는 입장에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단군릉의 발굴과 함께 신화는 역사적 사실로서 재해석되었고,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조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해석되었다.

이처럼 북한학계가 고조선의 중심을 요동지역에 설정하던 기존의 합리적이고 역동적인 고조선사 이해를 송두리째 뒤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군릉을 발굴하고 그를 토대로 단군조선을 인정함으로써 고대 역사를 평양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남한 주류 역사·고고학계의 입장에선 북한의 단군 숭앙운동은 북한의 역사적 정통성을 주장하고 체제 내부통합을 위한 하나의 ‘정치쇼’에 지나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김소현 LG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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