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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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심화학습 문제에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책이 숨어 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논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교과서를 통해 논술의 기초를 충분히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논술 준비 강의로 진행한다. 한 주는 사회와 과학, 한 주는 언어와 수리를 싣는다.》

물질을 향한 욕망은 진지한 인간관계 경시

풍요로운 시대에 삶이 초라해지는 이유는

[ 주제: 물질적 조건과 삶 ]

중심활용단원 : 문학-이태준, ‘복덕방’ (블랙박스, 지학사)

<교과서 맛보기>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역할과 사명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
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소설 ‘복덕방’은 생활의 기반을 상실한 서 참의, 안 초시, 박희완 세 노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들은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안 초시는 거짓 정보에 혹하여 일확천금을 노린다. 그러나 꿈은 허망하게 무너지고 안 초시는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된다. 이에 안 초시의 딸 안경화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보다는 자신의 명예만을 생각하고 두 노인은 울음을 터뜨린다. 작가 이태준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특유의 사실적인 필치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교과서 학습활동 활용하기[문학-블랙박스, 지학사]

(1) 안 초시가 자살을 하게 된 이유와 경위를 설명해 보자.(블랙박스)

⇒ 안 초시의 비극적인 자살의 표면적인 원인은 허망한 꿈이 좌절한 데 따른 절망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안 초시의 물질적 욕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안 초시의 딸 ‘경화’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사회 현실에 대해 말해 보자.(지학사)

⇒ 안경화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자신의 명예만을 걱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물질적 욕망에 의해 가족 관계마저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 논술로 다가가기 ]

(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그러나 또 명성에 대한 욕망이 당신을 괴롭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만사가 얼마나 빨리 잊혀지는가를 생각하고 현재에서 과거와 미래로의 무한한 시간의 혼돈과 칭찬의 허무함과 칭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변하기 쉽고 얼마나 공정하지 못하며, 또 그 칭찬이 전해지는 공간이 얼마나 좁은가를 생각하라. 그러면 마침내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이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점일진대, 그 속에 살고 있는 당신의 주거지는 얼마나 작은 한 구석인가?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며, 그렇다고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일까?

그리하여 결국은 당신 자신의 작은 영지로 피신할 것을 잊지 말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혼란시키지 말며, 긴장하지 말고 또한 자유로워야 하며, 한 남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한 시민으로서, 운명에 정해진 사람으로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당신 주위에서 당신의 주목을 끄는 것에 대하여는 다음의 두 가지를 생각하라.

첫째, 사물은 외부에 있고 고정된 것이므로 영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마음의 움직임은 오로지 마음속에 생각으로부터 일어난다. 둘째, 당신이 보고 있는 만물은 곧 변화하여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얼마나 목격했는지를 항상 명심하라. 우주는 변화이며, 인생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나) 장자(신영복, ‘강의’에서 ‘장자의 소요’편 발췌)

자공이 초나라를 유람하다 진나라로 가는 길에 한수 남쪽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한 노인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밭에 내고 있었는데 힘은 많이 드나 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딱하게 여긴 자공이 용두레라는 기계를 소개합니다. 노력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큰 기계를 소개하자 그 노인은 분연히 낯빛을 붉히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스승에게 들은 것이지만 기계라는 것은 반드시 기계로서의 기능이 있게 마련이네. 기계의 기능이 있는 한 반드시 효율을 생각하게 되고, 효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리 잡으면 본성을 보전할 수 없게 된다네. 본성을 보전하지 못하게 되면 생명이 자리를 잃고 생명이 자리를 잃으면 도가 깃들지 못하는 법이네. 내가 기계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이 여겨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네.”

(다) 이태준의 복덕방

일년이 지났다. 모두 꿈이었다. 꿈이라도 너무 악한 꿈이었다. 삼천 원어치 땅을 사놓고 날마다 신문을 훑어보며 수소문을 하여도 거기는 축항이 된단 말이 신문에도, 소문에도 나지 않았다. 용당포(龍塘浦)와 다사도(多獅島)에는 땅값이 삼십 배가 올랐느니 오십 배가 올랐느니 하고 졸부들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어도 여기는 감감소식일 뿐 아니라 나중에, 역시, 이것도 박희완 영감을 통해 알고 보니 그 관변 모씨에게 박희완 영감부터 속아 떨어진 것이었다.

축항 후보지로 측량까지 하기는 하였으나 무슨 결점으로인지 중지되고마는 바람에 너무 기민하게 거기다 땅을 샀던, 그 모씨가 그 땅 처치에 곤란하여 꾸민 연극이었다.

돈을 쓸 때는 일 원짜리 한 장 만져도 못 봤지만 벼락은 초시에게 떨어졌다. 서너 끼씩 굶어도 밥 먹을 정신이 나지도 않았거니와 밥을 먹으러 들어갈 수도 없었다.

“재물이란 친자간의 의리도 배추 밑 도리듯 하는 건가?”

탄식할 뿐이었다. 밥보다는 술과 담배가 그리웠다. 물론 안경다리는 그저 못 고치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십 전짜리는커녕 단 십 전짜리도 얻어 볼 길이 없다.

(중략)

참의는 머리가 띵―하였다. 요즘 와서 울기 잘하는 안 초시를 한번 위로해 주려, 엊저녁에는 데리고 나와 청요릿집으로, 추탕집으로 새로 두 점을 치도록 돌아다닌 때문 같았다. 조반이라고 몇 술 뜨기는 했으나 혀도 그냥 뻑뻑하다. 안 초시도 그럴 것이니까 해는 벌써 오정 때지만 끌고 나와 해장술이나 먹으리라 하고 부지런히 내려와 보니, 웬일인지 복덕방이라고 쓴 베 발이 아직 내어걸리지 않았다.

“이 사람 봐아…… 어느 땐 줄 알구 코만 고누…….”

그러나 코고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미닫이를 밀어 젖힌 서 참의는 정신이 번쩍 났다. 안 초시의 입에는 피, 얼굴은 잿빛이다. 방 안은 움 속처럼 음습한 바람이 휭― 끼친다.

“아니?”

참의는 우선 미닫이를 닫고 눈을 비비고 초시를 들여다보았다. 안 초시는 벌써 아니요, 안 초시의 시체일 뿐, 둘러보니 무슨 약병인 듯한 것 하나가 굴러져 있다.

참의는 한참만에야 이 일이 슬픈 일인 것을 깨달았다. // “허!”

파출소로 갈까 하다 그래도 자식한테 먼저 알려야겠다 하고 말만 듣던 그 안경화 무용연구소를 찾아가서 안경화를 데리고 왔다. 딸이 한참 울고 난 뒤다.

“관청에 어서 알려야지?” // “아니야요. 앗으세요.”

딸은 펄쩍 뛰었다.

“앗으라니?” // “저…….”

“저라니?” // “제 명예도 좀…….”

하고 그는 애원하였다.

[ 실전 문제 ]

제시문 (가)와 (나)에는 물질적 조건과 삶에 대한 관점이 제시되어 있다. 이를 활용하여 제시문 (다)의 두 인물, 안 초시와 안경화의 삶의 자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 논제 해설 ]

■ 제시문 분석

(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을 주문하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사물은 외부에 있는 것이므로 영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마음의 움직임은 오로지 마음속에 생각으로부터 일어나고 둘째, 만물은 곧 변화하여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 기계의 효율성에 대한 성찰이다. 기계의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마음의 본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 출제 의도

‘물질적 조건과 삶’이라는 본편의 제목처럼 물질적 조건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물질적 조건이 현대처럼 풍요롭게 갖추어진 시대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러한 풍요로운 물질에 걸맞은 풍요로운 정신이나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이 논제는 이러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제시문들은 각각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물질과 삶의 행복, 외적 조건과 내적 완성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물론 물질적 조건을 모두 포기하거나 외면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인간도 결국은 물질이라는 외적 조건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물질적 존재일 테니까. 이 논제는 그런 고민을 담고 있다.

김용준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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