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시설이 국내에 들어선다는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글로벌 테마파크의 현주소와 이를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알아본다.》
○ 한국이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유치하지 못한 까닭은…
“홍콩에 갈 때마다 속에서 열불이 난다.”
이달 초 취임한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본보 기자에게 서비스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1999년 덴마크의 레고사(社)가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신규 사업 후보지로 한국 독일 홍콩 등을 놓고 저울질했는데 미지근하게 대응한 탓에 홍콩으로 넘어가고 말았다는 설명이었다. 김 차관은 “일부 부처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서 6만 m²(2만여 평) 이상의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고 주장해 무산됐다”며 “적어도 1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며 아쉬워했다.
경제 성장 동력이 잦아들고 일자리 창출 목표(연간 30만 개)의 달성 가능성도 희박해지면서, 정부가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세제(稅制), 금융 분야의 아이디어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차례 기획 단계에서 무산된 글로벌 테마파크가 서비스업 성장 동력원 중 하나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 돈을 만드는 ‘꿈의 동산’… 한국 시장도 밝다
일본 지바(千葉) 현 우라야스(浦安) 시에 있는 도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시(Sea)의 지난해 매출액은 3328억8500만 엔(약 2조5695억7300만 원). 일본 관광레저 산업 매출(6320억 엔)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이 중 순이익만 157억 엔이다.
일본 테마파크는 미키마우스 등 미국산(産) 캐릭터를 들여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상품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저팬은 찰리 브라운, 피터 팬, 오즈의 마법사 등 인기 있는 캐릭터를 활용해 독창적인 이벤트와 퍼레이드 등을 개발했다.
미국 올랜도 시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지난해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약 2000만 달러(약 187억6000만 원)의 세금을 시 당국에 냈다.
테마파크의 시조인 미국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팔리는 햄버거만 해도 매년 평균 400만 개, 콜라 등 청량음료는 450만 L에 이른다.
에버랜드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인 국내 테마파크 시장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테마파크 브랜드는 여전히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선 최근 수년간 디즈니랜드(서울), 유니버설스튜디오(인천 송도), MGM(부산) 등의 한국 진출 시도가 이를 증명한다.
디즈니랜드 파리의 설계를 주도한 프랭크 스타넥 씨는 “한류 열풍과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등 한국형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경제·문화적 여건은 뛰어난 편”이라며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을 운영하며 축적한 산업적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이야기와 캐릭터로 승부
전문가들은 이들 테마파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이야기(story telling)와 캐릭터를 꼽는다.
유니버설스튜디오 파크&리조트의 톰 윌리엄스 회장은 최근 이 회사를 방문한 본보 취재팀과 만나 “영화 TV 애니메이션 등으로 본 각종 이야기와 주인공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 현실을 벗어난 ‘휴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이 이달 초 미국 일본 홍콩의 테마파크에서 만난 많은 사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태국 방콕에서 온 승려 분룽 라피팟(31) 씨는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린 불교 세미나를 마치고 11일 뉴욕으로 돌아가려다 동료가 내민 유니버설스튜디오 티켓을 받고는 출발을 하루 미뤘다.
승복을 입은 채 ‘슈렉 4D’ ‘터미네이터2 3D’ 등을 5시간 넘게 구경했다는 그는 “영화로 보던 주인공들을 이렇게 만나 잠시나마 행복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우울할 때 테마파크를 찾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만난 다무라 미키(18) 양은 친구들과 함께 8일 오전 도쿄 디즈니랜드 주 도로에 돗자리를 깔고 햄버거로 이른 점심을 해결했다. 캐릭터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나왔다는 그는 “9번째 왔는데 아이처럼 떠들고 나면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미국 올랜도 디즈니-MGM 스튜디오의 인기 코너인 ‘스타워즈’의 출구는 광선검, 다스베이더 등 모형을 파는 상점으로 곧장 연결된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시의 지난해 입장객 1인당 매출액은 9220엔(약 7만1100원). 이 중 기념품으로만 3144엔을 벌었다. 에버랜드의 평균 1인당 매출액은 2만 원을 약간 웃돈다.
한국 테마파크가 취약한 기업 광고를 적극 유치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유니버설스튜디오 저팬은 아사히맥주, NTT 도코모 간사이 등 22개 기업이 광고를 내고 있다. 한국 주요 테마파크의 기업 광고는 일본의 5분의 1 수준인 20억 원 안팎이다.
이 같은 수익 구조는 주기적인 캐릭터 개발 등 각종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애너하임 디즈니랜드는 시설물 관리를 위해 연간 7만5000L의 페인트와 백열전구 10만여 개를 상시 보관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계절마다 캐릭터 및 퍼레이드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매년 평균 100억 엔(약 771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올랜도=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도쿄·오사카·홍콩=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세계 10대 테마파크 최근 입장객 추이(단위: 명) 순위 -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1 매직 킹덤(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 1404만5000 1404만4000 1517만 1620만 2 디즈니랜드(미 애너하임) 1272만1000 1272만 1336만 1450만 3 도쿄 디즈니랜드(일본) 1300만 1318만8000 1320만 1300만 4 도쿄 디즈니 시 1200만 1217만4000 1220만 1200만 5 디즈니랜드 파리(프랑스) 1030만 1023만 1020만 1020만 6 엡콧(epcot·올랜도 디즈니월드) 828만9000 862만1000 940만 990만 7 에버랜드(한국) 856만7000 801만3000 819만7000 865만 8 디즈니 MGM 스튜디오(올랜도) 803만1000 753만9000 826만 860만 9 디즈니 애니멀 킹덤(올랜도) 730만6000 730만6000 782만 820만 10 유니버설스튜디오 저팬(일 오사카) 801만 881만1000 990만 800만 순위는 2005년 입장객 기준, 2006년 입장객은 4월경 발표
자료: Amusement Business Magazine, 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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