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집]재건축 규제 풍선효과…리모델링 전성기 왔다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1·11 부동산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반면 아파트 리모델링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규제가 크게 완화될 예정인 데다 최근 재건축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운 리모델링 단지들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쌍용건설이 9일 공사를 마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옛 궁전아파트)의 아파트 값은 리모델링 이후 140%나 올랐다.

리모델링의 달라진 환경과 장점, 절차, 비용 등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을 자세히 알아본다.

○리모델링에 유리한 환경 변화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리모델링 가능 시점을 ‘준공 후 20년’에서 ‘준공 후 1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용면적의 30%까지 집 면적을 늘릴 수 있다. 기존 규정에는 ‘전용면적 30%, 최대 9평’으로 리모델링 증축 범위가 제한됐지만 ‘최대 9평’이 삭제됐다. 대형 평형의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법제처가 심사를 벌이고 있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큰 걸림돌이었던 조합설립 요건도 크게 완화됐다.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주민 동의율이 2003년 100%에서 80%로 낮아졌고, 지난해 2월에는 전체 주민 3분의 2의 동의만 얻으면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조합원의 부담이 적다. 아파트 신축이나 재건축 때는 늘어나는 연면적만큼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예외를 인정받아 이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15∼30년 된 중층아파트 사업 추진 유리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총면적 비율) 200% 안팎, 12∼15층가량의 중층 아파트, 15∼30년 된 중소형 단지가 유리하다. 이런 단지는 용적률 규제(2종 주거지역 용적률 190%, 3종은 210%)와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 때문에 재건축을 하더라도 조합원이 수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절차가 간단한 편이다. 안전진단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설립→조합설립 인가→시공사 선정→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 및 철거→착공→입주 및 조합해산 순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시군구 자치단체가 담당하는 건축심의와 행위허가(건축허가) 두 가지가 핵심 절차다.

리모델링은 공사기간도 1년 6개월∼2년 정도로 짧다. 재건축(3년∼3년 6개월)의 절반 수준이다.

○비용 부담, 재건축에 비해 작아

리모델링을 할 때 주민이 부담하는 비용은 공사비에 해당하는 ‘분담금’과 ‘이주비’다.

분담금은 공사 계약면적과 평당 공사비(현재 300만 원 안팎)를 곱해 산출된다. 계약면적에는 전용면적 이외에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모든 면적이 포함된다.

따라서 복도와 발코니 확장은 물론 지하주차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새로 만들거나 아파트의 앞뒷면으로 1∼2m가량을 덧붙여 증축하는 ‘수평증축’을 하면 분담금은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분담금은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적게 든다. 쌍용 예가클래식의 경우 지하주차장 등을 새로 만들고 수평증축을 한 결과 35평형(확장 후) 1억 원, 45평형 1억3000만 원, 53평형 1억6000만 원의 분담금이 들었다.

이에 비해 서초구 잠원동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는 동일한 35평형으로 옮겨가는 데 2억4800만 원(한신 5차), 43평형으로 넓혀가려면 3억1000만 원(한신 6차) 정도의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입주 후에는 추가로 기반시설부담금까지 내야 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모두 분담금 또는 추가 부담금, 이주비를 싼 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다. 리모델링에 융자혜택이 도입된 지는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 주민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쌍용 예가클래식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분담금 1억∼1억6000만 원과 이주비 1억4000만∼2억4000만 원을 연 4.25∼5%의 금리로 대출받았다.

재건축은 단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주비는 무(無)이자 유(有)이자를 섞어 대출받고, 추가 부담금은 60% 선까지 유 이자로 대출받는 것이 보통이다.

○리모델링 한계도 살펴야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아파트의 동(棟)과 향(向), 가구 수의 배치를 새롭게 할 수 없다.

또 현재는 강화된 규제 때문에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렵지만 올해 말 대통령 선거 이후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번 리모델링을 선택하면 재건축 카드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리모델링은 비용은 재건축보다 적게 들지만 리모델링 이후 가격은 새 아파트에 한참 못 미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며 “이런 단점 때문에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주민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