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 번쩍… 시장도 번쩍… ‘프로 아줌마’ 시대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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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억척, 무식, 가족 이기주의의 대명사가 아니라 살림의 달인이자 똑똑한 소비자로 각광받고 있다.

○ 살림꾼 아줌마들, 유명해지다

‘빅마마’로 유명한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는 방송 데뷔 시절 아줌마 이미지를 버리라는 권유를 물리쳤다. ‘바야흐로 아줌마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해박함과 여유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판단 때문.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그녀는 연예인만큼 유명한 ‘아줌마’가 되어 10여 곳 매체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BS ‘살림의 여왕’에는 ‘주부도 전문가 시대’를 표방하며 프로 주부들의 살림 노하우를 보여 준다.

제작위원 안재희 씨는 “특히 2030 젊은 주부들은 아줌마라는 데 당당하고 자기표현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한 방송작가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는 살림도 잘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분이 꽤 된다”고 전했다.

○ 입소문 마케팅 채널

제품을 주변에 알리는 입소문 마케팅의 채널로도 주부들의 역할이 크다. 두부 시장의 후발주자인 CJ는 ‘행복한 콩’ 두부 출시 전에 지역별로 아줌마 대표를 선발해 전국 두부 모의고사를 하는 입소문 마케팅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국내 소금업체인 ‘태평염전’도 아줌마 부대로 구성된 ‘우리 소금 지키기 체험단’을 운영해 입소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줌마닷컴(www.azoomma.com) 황상윤 마케팅실장은 “2000년 전후로 시작된 ‘정부의 주부 100만 명 인터넷 교육’ 덕에 정보를 공유하기 좋아하고 입소문에 민감한 아줌마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 정보와 함께 상품·서비스 체험담을 주고받으면서 주부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활성화한 게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한다.

○ 모니터, 프로슈머로 활동하는 주부들

단지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슈머 아줌마도 인기다. 소비 결정권의 80%가 아줌마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아줌마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

단순 모니터 차원이 아니라 시장 조사부터 신제품 기획, 가격 결정, 디자인 제안, 이벤트 아이디어에 이르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홈쇼핑, 아파트, 생활 서비스, 주유소, 자동차, 문화단체, 정보기술(IT) 업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여름, 모 건설사에서는 주부 모니터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탤런트이자 모델 다니엘 헤니를 아파트 광고 모델로 선정했으며, 한 외식업체에서는 지역 주부들에게서 추천받은 지역에 매장을 열기도 했다.

한 가전사에서는 개발 작업을 끝낸 냉장고가 주부 모니터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자 과감하게 출시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유니레버코리아 주부 모니터 그룹 ‘마담 베르톨리’로 활동하는 이응주(36) 씨.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던 중 올리브유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우연히 베르톨리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올리브유를 넉넉히 제공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소득은 매일 먹으면서도 잘 몰랐던 올리브유에 대해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된 점이다.

주부 커뮤니티 사이트 미즈(www.miz.co.kr)에서 활동하는 장모 씨는 서너 기업에서 제품 모니터링을 하면서 활동비로 월 40만∼50만 원을 받는다.

박성주 사외기자 yamu72@lycos.co.kr

■프로슈머 이렇게 도전하세요

모니터나 프로슈머, 입소문 마케팅 관련 이벤트 등에 관한 공고는 주로 여성지, 신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좀 더 쉬운 방법은 여러 업체의 정보는 물론 활동 지침까지 알려 주는 주부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이 사이트들은 자체 체험단도 모집해 기업과 주부들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모니터링이나 입소문 마케팅 등 체계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미즈(www.miz.co.kr), 아줌마닷컴(www.azoomma.com), 주부라이프(jubumonitor.dreamwiz.com) 등이 있다.

모니터나 프로슈머의 경우 지원할 때 이력서, 자기소개서, 소견서 등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서류를 준비할 때는 학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므로 경력이나 경험 중심으로 자세히 기술할 것.

미즈 마케팅팀 김은미 과장은 “카페에서 활동하거나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면 일반인에게 제품을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어 기업에서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과 제품에 대해 파악하고, 그 기업에서 활동했던 경험자에게 사전 정보를 들어 두면 좀 더 경쟁력 있게 서류를 준비할 수 있다. 소견서를 작성할 때는 경쟁 제품 비교나 트렌드 등을 꼼꼼히 짚어 주면 유리하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모니터나 프로슈머는 보통 월 1, 2회 과제와 모임이 있고, 활동 기간은 3개월∼1년. 한곳에서만 하기보다 평균 4, 5개 업체에서 활동하는 주부가 많은데 좀 더 경력을 쌓은 이들은 7∼9곳에서 모니터뿐만 아니라 패널, 리서치 요원 등으로도 참여한다.

보수는 모임 참석마다 지불되는데 보통 회당 3만∼10만 원 선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대신 제품을 넉넉히 제공받을 수 있다. 방송이나 유통업체의 경우에는 보수가 월 30만∼40만 원까지 되나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요즘에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 처우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다. 활동기간이 3개월∼1년으로 제한되어 있고 연임은 불가능해 계속 새로운 기업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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