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고 꼬인 정책… 서민 ‘내집마련 꿈’도 꼬인다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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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지역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강남과 경기 등 수도권을 거쳐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 대한주택공사,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 등 공공부문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찬물을 끼얹는 아파트 고(高)분양가를 주도하고 있다.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 채 건설은 지지부진해 서민을 위한다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오히려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세대란 지방번지고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 및 전세 품귀현상이 부산 인천 대전 등 지방 대도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대전 동구 삼성동 한밭자이. 26평형은 1063채나 되지만 전세 매물은 입주 전에 일찌감치 동났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일대는 벽산 청구 LG 한일유앤아이 등 7000여 채가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지만 20, 30평형대 전세 물건은 거의 없다. 전세금도 크게 뛰어올라 한일유앤아이 32평형은 올해 초 9500만 원에서 최근 1억2000만 원까지 올랐다.

인천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인 삼산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산주공미래타운은 1800채가 있지만 전세 매물은 단 3건. 전세금도 최근 한 달 사이 1000만 원이 올라 32평형의 전세금은 약 1억1000만 원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정부는 전세난이 국지적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지방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집값 부채질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평균 실제 분양가는 1800만 원대였고 다음 달 분양 예정인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아파트 분양가도 최고 1523만 원으로 책정됐다.

판교신도시 개발사업에 참여한 한 건설사 임원은 “공공부문 아파트 분양가를 보고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공사비에 거품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분석에 따르면 주공, 경기지방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공급한 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1238만 원으로 지난해 665만 원에 비해 86.3% 올랐다. 같은 기간 민간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20.5%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주택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서민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공공부문의 사업 취지가 실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 100만채는 ‘감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2005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2005년까지 25만9000채의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승인됐지만 올해 4월 현재 완공 실적은 709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천 부개지구와 경남 거제시장 평지구 김해시 율하지구 등 일부 사업은 2003년에 사업승인이 났는데도 택지 매수나 개발도 안 되고 있다는 것. 또 이 보고서는 국민임대주택 건설계획 대비 사업승인 실적이 서울 9.4%, 부산 6.7% 등 수요가 많은 곳이 특히 저조한 것은 문제라며 “국민임대주택의 수요자들이 도심 내 빈곤계층이라는 점을 감안해 실질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설계획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임대주택을 계획대로 지었으면 서민들이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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