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알선수재등 혐의 기소…풀어야할 숙제들

  • 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52분


검찰이 5일 김홍걸(金弘傑)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공개한 범죄 사실은 크게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 등 두 가지다.

홍걸씨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과 기계 및 콘크리트 제조 판매업체인 대원SCN 및 성전건설에서 청탁과 함께 돈과 주식 등을 받았다. 또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받은 돈을 차명 관리하면서 2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포탈했다.

▽홍걸씨 주요 혐의〓TPI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해 2월15일 주당 2만원씩 13억2000만원 상당의 TPI 주식 6만6000주를 무상으로 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TPI의 3개 계열사 주식 4만8000주(액면가 500원)를 공짜로 받아 투기 성격의 주식투자 기회도 얻었다.

또 최씨와 함께 대원SCN 및 성전건설에서 각종 사업과 관련된 청탁을 받고 각각 5억원과 1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2000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최씨에게서 17억1000만원을 받아 9억4900여만원을 차명 관리하며 2억2470여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

▽남는 의혹〓홍걸씨가 TPI에서 사업자 선정 청탁을 받고 선정 직후 ‘대가’를 받은 사실은 드러났지만 정작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원SCN과 성전건설에서도 사업청탁과 함께 6억40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을 성사시키기 위해 활동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홍걸씨가 최씨에게서 ‘대가성 없이’ 받았다는 17억여원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돈에는 최씨가 성전건설에서 또 다른 청탁과 함께 받은 4억원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지난해 4월 TPI가 최씨를 통해 포스코 측에 TPI 주식 20만주를 비싼 값에 팔고 받은 70억원의 매각대금의 일부인 3억원도 주식 매각 직후 홍걸씨에게 전달됐다.

이와 관련해 2000년 7월과 11월 홍걸씨가 유상부(劉常夫) 포스코 회장을 만난 경위 등에 대한 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17억원 가운데 7억원가량의 출처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 돈이 최씨가 또 다른 이권에 개입한 대가일 가능성도 있다.

홍걸씨가 받은 23억5000만원의 사용처도 의문이다. 홍걸씨는 주식투자와 채무변제,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재판 전망〓홍걸씨는 돈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지만 받은 돈의 규모는 검찰이 밝힌 것보다 훨씬 적고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홍걸씨에 대한 재판의 초점은 홍걸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모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최씨가 기록한 홍걸씨와의 돈 거래 명세서 등 증거를 바탕으로 대가성을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홍걸씨 측은 “홍걸씨가 최씨의 각종 이권개입에 휘말려 ‘얼굴마담’ 노릇만 했을 뿐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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