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채 507조 원, 무상복지 조정 없이 후대에 떠넘길 건가

동아일보 입력 2015-02-25 00:00수정 2015-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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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국채(國債) 발행 잔액이 1월 말 현재 507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같은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 지출은 늘고 있는 반면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는 당초 목표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정부 계획보다 11조 원 가까이 덜 걷혀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세금 수입이 지출 규모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결손을 빚으로 채우다 보니 국채 발행 잔액이 늘어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12월 420조 원이었던 국채 발행 잔액은 2년여 사이에 87조 원이나 증가했다. 연간 국채 발행액도 2012년 89조 원에서 2013년 100조 원, 지난해 112조 원으로 늘었다. 한국의 재정 구조가 1990년대 일본의 ‘재정절벽’을 닮아간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과 고령화, 낮은 조세부담률 때문에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재정을 빚으로 메우는 일이 계속될까 걱정스럽다.

개인이든 국가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쓰는 돈을 줄이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터진 뒤 복지 및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상보육 등 무상복지공약을 전면 재점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공약한 현 정부는 복지 조정을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제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올해 추진할 24개 개혁 과제를 설정했지만 복지 구조조정과 재정건전화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상보육을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재조정하면 당장 3조 원이 절약된다. 무상급식과 기초연금까지 소득 상위 30% 또는 50%를 제외하면 7조∼12조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 바람대로 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세수도 늘어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무상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현행 ‘무차별 세금복지’ 구조를 이대로 끌고 가면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한 나랏빚 증가와 재정악화,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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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는 복지 포퓰리즘과의 결별 없이 국채 발행만 늘리는 것은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죄악이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과 정부, 여야 정치권이 재정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무차별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는 ‘세금복지’ 조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채#최대치#무상복지#조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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