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현대 조류학의 아버지’ 오듀본, 신화와 진실 사이

  • 동아일보

타인이 발견한 표본 가로채거나
존재하지 않는 종 발표하기도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켄 코프먼 지음·조주희 옮김/464쪽·2만7500원·일레븐


“아름다운 경치도 내 눈을 즐겁게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미국 핀치의 음색보다 훨씬 더 활기차고 유럽의 카나리아와 숲동다리의 음색을 합친 듯한 소리로 노래하는 이 새의 감미로운 음색이 내 귀에 준 감동에는 비할 것이 못 됐다.”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은 저서 ‘조류학 전기’ 2권에서 새로운 종 ‘링컨참새’를 만난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독자들에게 약 400종의 새를 그리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반드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조류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놓여 있었다. 마침내 새로운 새를 발견한 환희의 순간. 하지만 오늘날의 저명 조류학자인 저자는 이 장면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으로 짚는다. 과연 이 발견은 사실이었을까.

오듀본을 둘러싼 신화와 사실 사이의 간극을 파고든 책이다. 실물 크기 435점의 세밀화로 구성된 ‘북미의 새’를 남긴 오듀본은 조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종을 발표하거나, 타인의 표본을 자신이 발견한 것처럼 명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부 기록은 과장되거나 왜곡됐고, 후대에 미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책엔 오듀본이 허무하게 놓친 ‘지빠귀’, 거짓으로 꾸며낸 독수리 ‘워싱턴의 새’ 등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그저 폭로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새로운 종을 발견하려 했던 집요한 열망, 경쟁자와의 갈등, 명성과 후원을 둘러싼 전략 등 당대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쌍안경조차 없던 시대, 울음소리와 비행만으로 새를 식별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겨야 했던 조건 역시 함께 고려한다. 미국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자 유럽으로 건너가 스스로를 ‘미국 야생에서 온 사나이’로 홍보한 대목 등 시대를 읽는 오듀본의 감각도 조명된다.

과학자의 전기를 넘어, 과학 윤리와 명예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 한 인간의 삶을 그린 드라마에 가까운 책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존 제임스 오듀본#조류학#북미의 새#조류학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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