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내가 물리학자의 꿈을 꾸게 된 요인 중 하나는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아톰(atom·원자)’이라는 단어는 나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구를 출발해 달 표면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을 TV로 직접 본 내게 ‘달나라’, ‘우주’ 같은 단어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로봇과 원자, 우주를 연결하는 그 만화영화는 현실 속 또 다른 미래의 우주였다. 우주소년 아톰은 친구, 영웅, 따듯한 인간성을 가진 존재 그 자체였다. 어떻게 보면 인간 사회 속의 정의로운 존재로까지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는 두 딸과 만화영화 ‘도라에몽’을 함께 봤다. 미래에서 온 고양이형 로봇 도라에몽은 또 다른 진화된 로봇 캐릭터였다. 정의감에 사로잡힌 영웅 로봇이 아니라 일상의 친구였다. 그야말로 인간을 걱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로봇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논의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로봇이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실제 환경에서 행동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물건을 옮기거나 조립하는 로봇,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하늘을 나는 드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는 이러한 피지컬 AI가 구현된 대표적인 로봇 형태다. 이제 기업들은 사람을 대신해 밤낮없이 24시간 일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찾고 있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1920년에 처음 등장했다.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사용된 게 그 기원이다. 로봇의 어원인 체코어 ‘로보타(robota)’는 ‘강제노동’이라는 뜻이다. 이 희곡에서 한 회사는 인공 인간인 로봇을 대량생산하는데 그것은 금속이나 전자회로, 컴퓨터로 만든 기계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물이었다. 즉, 인간과 비슷한 몸을 가졌지만 감정은 제거돼 노동만 하는 존재였다. 이 작품은 1930년대 한국어로 번역됐는데, 당시에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인조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과 같은 환경에서 인간을 돕거나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AI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처럼 움직이려면 관절이 필요한데, 인간의 관절은 300개가 넘는다. 로봇 기술 쪽에서는 관절 수 대신 ‘자유도’라는 표현을 쓴다. 자유도가 클수록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략 30∼40개의 관절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비슷한 관절 구조를 만들려면 200개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도가 증가할수록 움직임의 조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계산과 균형, 제어의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문제 해결 역시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주소년 아톰’이 만들어진 지 60년이 지난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다시 60년이 지나면 어떤 세상이 될까?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세상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들을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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