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 과거 알려질까 무서워 마음 못 열어”

  • 동아일보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민하 신부
“재기하려는 마음부터 꺾지 말고
처벌보다 사회복귀 지원 강화를”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민하 신부(오른쪽)와 이승민 신부. 정 신부는 “처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치료, 경제적 지원과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신부 제공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민하 신부(오른쪽)와 이승민 신부. 정 신부는 “처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치료, 경제적 지원과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신부 제공
“어느 날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를 지시하면서 두 달간 사회적 숙의를 모으기 위한 공론화 장이 열린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 하지만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하면서 73년 전(1953년) 정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정민하 율리오 신부(위원장)는 16일 동아일보와 만나 “공론화 논점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3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정 교육기관인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지난해까지 아이들을 돌봤다.

―공론화 논점이 잘못됐다고요.

“연령 하향 얘기가 나온 배경은 이해합니다. 죄에 맞는 강한 처벌도 필요하지요. 그런데 더 중요하게 얘기해야 할 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강한 처벌도 교정·교화라는 더 큰 목적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까.

“출소하면 사회로 나와야 하니까요. 성인도 복귀가 쉽지 않지만, 청소년은 더 어렵습니다. 돌아갈 가정이 없는 아이도 많고, 학교도 다니기 힘들지요. 그런데 만 13세짜리를 성인 범죄자처럼 전과 공개가 되게 만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델라 소년학교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서울 남부교도소 안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는 단순한 수형생활이 아닌,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준비 등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에요. 만 17세 미만이 대상인데, 변동이 있지만 40명 안팎 됩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본 아이들 모두(104명) 합격했지요. 그중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공부하고 싶다고, 나가면 대학도 가고 싶다고….”

―진학했습니까.

“출소했는데, 수능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워낙 다른 학생들과 차이가 크게 나서 쉽지 않은가 봐요. 그런데 성인도 그렇겠지만 소년수들은 두려움과 불안이 많아요.”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민하 신부(오른쪽)와 이승민 신부. 정 신부는 “처벌 강화보다 더
중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치료, 경제적 지원과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신부 제공

“전과가 알려지는 것이죠.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과거가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식이 늘 잠재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나가서도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피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재기하기는 쉽지 않으니 좌절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범죄자보다 피해자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참에 피해자를 위한 정책과 시스템 부족도 공론화했으면 합니다. 나는 범죄 피해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데, 사회가 가해자 복귀에만 신경을 쓰면 속이 어떻겠습니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감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아이들은 어른보다 바뀔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처벌 강화는 소년수를 사회에서 더 고립시키고, 재범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소년범죄#사회 복귀#만델라 소년학교#검정고시#재범 방지#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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