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보존해 지역 경제에 활력… 전주 한지산업 생태계 구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4일 03시 00분


신협중앙회
협동조합 만들고 판로 개척 도와
닥나무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소

신협중앙회가 지난 2월 27일 전주시와 공동으로 ‘전주한지 민관협력 성과공유회’를 개최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협 제공
신협중앙회가 지난 2월 27일 전주시와 공동으로 ‘전주한지 민관협력 성과공유회’를 개최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협 제공
상생·공감·동행의 금융 철학은 담은 ‘어부바 금융’을 내세워 온 신협중앙회가 전통산업과 지역 금융까지 아우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의 6년 동행을 통해 지역 전통산업인 한지 사업을 보존하고 산업화에 이바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협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여겨지는 전통·산업·금융을 한데 엮어서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며,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해내는 길을 개척해 가겠다고 밝혔다.

전주한지협동조합 설립, 산업 생태계 구축

신협은 2019년 전주 한지산업 활성화의 핵심 거점을 만들기 위해 전주한지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전주 한지는 국내 대표적인 전통산업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왕실의 진상품으로 인정받았다.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 복본에 활용되며 국제적으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전통 한지 산업은 위기에 몰렸다. 전주 한지의 산지인 전주 흑설골에 한때 300여 곳 됐던 한지 공방은 경우 6곳만 남게 됐다. 이에 신협은 전주시와 손잡고 민관 협력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신협과 전주시가 만든 협동조합은 한지 제품의 연구개발(R&D)부터 시장 진입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KF94 한지 방역 마스크를 비롯한 친환경 한지 침구 세트, 한지 비누와 물티슈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제품들을 개발하기도 했다.

특히 신협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서 판로를 개척한 것도 효과를 봤다. 협동조합은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33억 원을 달성하며 전통산업의 시장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금 지원뿐 아니라 전통산업의 구조를 재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로 평가된다.

닥나무 식재 및 후계자 양성으로 지속가능성 높여

신협은 단순히 상품 개발과 유통 판로 개척뿐만 아니라 한지 생산을 위한 원자재 확보에도 열을 올렸다. 전통 한지의 핵심 원료인 닥나무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것.

신협은 전북 익산에 있던 옛 축사 용지를 활용해서 닥나무 식재 및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60만 ㎡ 규모의 부지에 닥나무를 대규모로 식재하고 관리함으로써 전통 한지 원료를 100%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지의 원가 안정화를 실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전통 한지 제조의 후계자 양성에도 이바지했다. 신협은 전주시와 협력해서 ‘전주 한지장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조성했고 이후 국내 최초의 전주 한지장 후계자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신협은 매년 5명의 후계자 추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통 한지 제조후계자들이 안정적으로 전통 기술을 계승할 수 있도록 교육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협 행복한 집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 한지 벽지와 장판지로 510가구의 취약계층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조선 4대 궁과 종묘의 창호지를 전주한지로 교체해 문화유산 보존에도 기여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민관협력 성과 공유회, 어부바 금융 2막의 출발

2월 27일 전북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주한지 민관협력 성과공유회’는 신협의 민관협력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조명한 자리였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신협과 전주시의 협력으로 전주 한지가 부흥 단계를 넘어 산업화의 단계로 확장되는 모범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전주 한지를 국제 비즈니스까지 아우르는 문화 메카로 키워 글로벌 시장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협은 성과공유회를 계기로 전통산업 활성화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기반 금융기관이 전통문화 보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신협이 전통산업 금융 모델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도 신협은 ‘평생 어부바’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금융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 회장은 “지역의 대표 상품을 특화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전통문화를 어부바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money&life#기업#신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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