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부 대수술’… USAID 대폭 축소, 교육부도 해체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USAID, 130개국 원조해온 독립기관
머스크 “급진 좌파 소굴 사라져야”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흡수 방침
연방 교육부 해체 행정조치도 준비… 학자금 대출 탕감 등 비판 받아와

‘미국 우선주의’와 ‘작은 정부’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 ‘소프트파워 외교’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국제개발처(USAID)의 인원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USAID는 냉전 시기인 1961년 미국이 옛 소련과 치열한 체제 경쟁을 벌일 때 설립한 독립 기관이다. 다양한 원조를 앞세워 미국의 영향력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USAID의 직원과 운영비를 대폭 줄인 뒤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흡수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USAID를 운영해 왔다.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조직 개편을 주도할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도 USAID를 “‘범죄 조직’이자 ‘급진적 좌파 마르크스주의자의 소굴’이며 이제 사라질 때”라고 비판했다.

학창 시절 USAID 인턴으로 일했던 한국계 앤디 김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은 3일 “패권국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일 USAID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일 워싱턴 본부 건물을 폐쇄하겠다.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 韓 서울대-KAIST 설립 도운 인연

“USAID를 구해주세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계약직 근로자가 3일 ‘국제개발처를 구해 달라’는 문구를 쓴 종이를 들고 워싱턴 본부 앞 계단에 앉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961년 설립 후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담당해 온 국제개발처가 “혈세를 낭비한다”며 조직을 대폭 축소해 국무부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USAID를 구해주세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계약직 근로자가 3일 ‘국제개발처를 구해 달라’는 문구를 쓴 종이를 들고 워싱턴 본부 앞 계단에 앉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961년 설립 후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담당해 온 국제개발처가 “혈세를 낭비한다”며 조직을 대폭 축소해 국무부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3일 백악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USAID 본부 건물 입구에는 ‘허가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출입통제선이 설치됐다. 한 직원은 “아침에 사무실에 갔지만 보안 요원이 막아섰다”고 AP통신에 말했다.

USAID의 직원은 약 1만 명이며 2023년 기준 세계 130여 개국에 438억 달러(약 63조5100억 원)를 지원했다. 주요 수혜국은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요르단, 소말리아 등이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피란민 신세가 된 우크라이나 주민을 대거 지원해 왔다.

USAID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전환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6·25전쟁 직후 약 6년간(1955∼1961년) 서울대 재건 프로그램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가동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토대를 닦았다. 당시 서울대 공대, 의대, 농대 등이 USAID의 지원을 받았다. KAIST 역시 1971년 USAID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미국인의 혈세를 외국에 낭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USAID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미국의 대외 개발 원조를 90일 동안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미국은 외국 원조로 본토 지켰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3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국은 외국 원조를 통해 테러리스트로부터 본토를 지키고,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호시탐탐 노려 온 중국을 견제해 왔다”며 “연방 예산의 불과 1%를 사용해 낸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더욱 적대적인 세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USAID를 흡수할 예정인 국무부의 마코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USAID는 전적으로 비협조적”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 기조에 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USAID의 원조 사업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원조 활동의 상당 부분이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 중국 이란 러시아 등을 담당하는 USAID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의 계약직 직원 약 60명을 이미 해고했다. 이로 인해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를 지원했던 자금 역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교육부를 해체하는 행정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부 기능을 다른 부처로 분산 이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교육부 직원 최소 60명이 지난달 31일부터 유급 휴가를 받고 사실상 사직을 권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친(親)성소수자 교육정책, 학자금 대출 탕감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교육부 해체”를 주장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USAID#미국 우선주의#소프트파워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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