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에도 ‘꿈’ 포기 못 해… 선수 1명으로 “다시 金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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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체육회 김경한 감독-이현수
‘소프트테니스 名家’ 달성군청 출신…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작년 말 해체
대구시가 일단 ‘미니팀’으로 명맥
李, 단체 우승 6회… 개인전은 ‘0’

제102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 참가한 대구시체육회에는 선수는 이현수(왼쪽), 지도자는 김경한 감독이 전부다. 두 
사람은 “선수 부족으로 단체전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개인전에서는 꼭 우승기를 들어 올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문경=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102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 참가한 대구시체육회에는 선수는 이현수(왼쪽), 지도자는 김경한 감독이 전부다. 두 사람은 “선수 부족으로 단체전에는 참가하지 못하지만 개인전에서는 꼭 우승기를 들어 올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문경=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102회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 대구시체육회 소속으로 참가한 선수는 이현수(40) 딱 한 명밖에 없다. 이 팀 지도자도 김경한 감독(51)뿐이다. 두 사람은 다른 팀 숙소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경북 문경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이현수는 “그래도 평생 꿈이었던 소프트테니스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챔피언인 김 감독 역시 “홍준표 (대구)시장님과 박영기 (대구시체육회) 회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대구의 남자 소프트테니스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현수와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구시 달성군청 소속이었다. 1996년 창단한 달성군청 팀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동아일보기 남자 일반부 단체전 정상을 가장 많이(7번) 차지한 ‘소프트테니스 명가’였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체되고 말았다.

달성군청이 해체되자 대구시체육회는 직접 팀을 만들기로 하고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예산 문제로 선수는 딱 한 명만 계약하기로 했다. 김 감독이 선택한 선수가 바로 이현수였다. 김 감독은 “현수는 그 나이에도 4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선수다. 팀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운동 실력은 물론이고 운동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른 현수가 꼭 필요했다”고 했다.

이현수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때문에 대구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팀이 사라져 제 평생의 꿈이었던 소프트테니스를 접기로 했었다”며 “굴착기운전기능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중에 김 감독님으로부터 ‘몸 만들어 놓아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식이 주목받는 테니스와 달리 소프트테니스에서는 단체전과 복식에 관심이 더 몰린다. 선수가 한 명뿐이면 단체전에는 당연히 참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복식에도 도전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서로 팀이 다른 선수 두 명이 조를 이루는 편조(片組)라는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현수는 이번 대회 단식은 물론이고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모두 참가해 우승을 노린다. 이현수는 지난달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 춘계연맹전에서도 이민석(26·순천시청)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 정상을 차지했다.

이현수는 “달성군청에 입단한 2008년 이후 동아일보기 단체전에서는 6번 우승했는데 개인전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못 해 봤다”면서 “우승 소식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동아일보기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은 단체전에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뒤에 개인전에 참가한다. 나도 경기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수가 요즘 아주 물이 올랐다. 앞으로 팀 선수를 늘려 3년 안에 남자 소프트테니스계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6일 열린 남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는 문경시청이 수원시청을 3-2로 꺾고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NH농협은행과 안성시청이 맞붙는 여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전은 10일 오후 2시 열리는데 채널A플러스가 생중계한다.


문경=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대구시체육회#김경한 감독#이현수#소프트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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